지난 27일 경북 포항 도심과 가까운 영일대해수욕장. 백사장을 거닐거나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등 늦더위를 식히려는 해수욕객들이 붐볐다. 아이 손을 잡고 ‘영일대 샌드 페스티벌’에 출품된 모래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소꿉놀이하는 가족도 있다. 포항 북구 대흥동 이민수(50)씨는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올여름, 영남 지역 해수욕장들이 31일 모두 폐장했다. 개장 전만 해도 지방자치단체들은 코로나 이후 첫 개장이어서 코로나 이전 수준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희비가 엇갈렸다. 경북과 울산 등 동해안 지역은 웃었고, 부산·경남 남해안은 기대에 못 미쳤다.
경북은 ‘기대’가 적중했다. 영덕군의 장사·대진·고래불 등 7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올해는 약 2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40%나 늘었다. 경북도에 따르면 올여름 경북의 해수욕장 23곳엔 총 68만3805명의 피서객이 몰렸다. 지난해보다 약 27% 증가했다. 강진선 경북도 해양레저관광과 주무관은 “올해는 폭염이 길었고, 해수욕장마다 코로나 때 못 한 오징어나 조개 잡이 행사, 음악회, 그물 당기기 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가 피서객들을 불러모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진 못했다. 이진택 영일대 상가번영회장은 “비가 자주 온 데다 태풍이나 너울성 파도 등으로 입수가 수시로 통제되면서 해수욕장 대여 업소나 인근 가게들은 매출이 부진했다”고 말했다. 경북 지역에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02만2973명이 해수욕장을 찾았다.
지난달 27일 경남 양산에서 울산 울주군 진하해수욕장을 찾은 박지영(40)씨는 “가족이 4명이면 튜브나 구명조끼, 파라솔 빌리는 데만 몇 만원이 드는데 여기는 무료라고 해서 오게 됐다”며 “인근에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장까지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진하해수욕장은 올해 처음 100만명을 돌파했다. 방문객 수는 106만8451명으로, 지난해 57만9989명의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울주군은 올해 파라솔과 튜브, 주차장, 물놀이장을 모두 무료로 운영한 것이 주효했다.
반면 국내 최대 규모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피서객 수는 작년보다도 줄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30일까지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815만265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74만2277명보다 약 59만명(7%)이 감소했다. 해운대와 광안리, 송정, 송도, 다대포 등 부산 7개 해수욕장엔 1769만7834명이 찾았지만, 지난해보다는 17% 줄었다.
부산시와 부산의 기초 단체들이 다대포 낙조 위로 불꽃쇼가 펼쳐지는 ‘부산 바다 축제’, 국내 최대 해양 레저 축제인 ‘부산 국제 해양 레저 위크’, 1500대 드론이 밤하늘을 수놓는 ‘광안리 드론쇼’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7월엔 장마 11일을 포함해 16일간 비가 왔고, 8월에도 8일이나 비가 온 것이 악재였다. 올해부터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린 관광객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윤광호 부산시 해양레저관광과 주무관은 “비 오고 흐린 날이 많아 피서객 수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의 26개 해수욕장 역시 60만431명이 찾아 작년 방문객 71만306명보다 15.5%가 줄었다. 창원의 유일한 해수욕장인 광암해수욕장 역시 물놀이장과 별빛영화제 등을 마련했으나 장마 등 영향으로 지난해 7만4000명에 못 미치는 6만6000명이 다녀갔다.
한편, 거제의 명사해수욕장은 올해 최초로 반려동물을 데리고 올 수 있도록 했다. 반려동물 전용 샤워장, 간식 교환소 등이 애견인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보다 2000여 명이 더 많은 1만9718명을 기록했다. 장우재 거제시 해양항만과 주무관은 “거제에는 7월에만 25일간 비가 내리고, 8월에도 태풍으로 5일간 비가 왔는데도 그나마 피서객이 끊이지 않은 것은 애견인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