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원들이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삭발을 했다. 정부와 여당이 새만금 잼버리 파행 책임을 전북도에 떠넘기면서 이에 대한 보복으로 새만금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전북도의원 14명은 5일 오후 1시30분 도의회 청사앞에서 ‘새만금 예산 복원’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삭발에 참여한 의원은 이정린 부의장, 김만기 부의장, 김정수 운영위원장, 나인권 농산업경제위원장, 박정규 윤리특별위원장, 염영선 대변인, 임승식 의원, 황영석 의원, 박용근 의원, 김동구 의원, 윤수봉 의원, 한정수 의원, 장연국 의원, 진형석 의원 등이다.
이날 의원들은 삭발에 앞서 “윤석열 정부가 새만금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전북에 떠넘기는 예산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전북도의원들은 앞으로 릴레이 단식도 이어갈 계획이다.
염영선 대변인은 “잼버리 파행 책임에 따른 전북도에 대한 정치공세가 도를 넘더니 급기야 새만금 SOC 예산이 난도질당했다”며 “새만금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도약할 준비가 한창인데도 초유의 예산 삭감을 자행한 것은 폭력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잼버리 파행에 대해 전북도가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책임지는 것은 마땅하다”면서 “그러나 모든 책임을 전북으로 몰아가며 새만금 사업을 희생양 삼는 것은 정치적 음모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660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중 전북 몫으로 7조9215억원을 배정됐다. 이는 올해 정부 예산안 반영액 8조385억원보다 3870억원(4.7%) 감소한 규모다. 특히 새만금 기본계획에 반영된 주요 사업 10개의 예산은 부처 반영액이 6626억원이었으나, 78%가 삭감돼 1479억원만 반영됐다.
6626억원은 국토교통부 등 중앙 부처의 심사를 통과한 예산이었지만 기획재정부 심사를 거치면서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새만금항 인입철도 건설 예산은 부처 단계에서 예산 100억원이 반영됐으나 기재부 심의에서 전액 삭감됐고,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 (1191억원→334억원), 새만금 국제공항 (580억원→66억원), 새만금 지역간 연결도로(537억원→11억원) 등 주요 사업의 예산이 대폭 줄었다. 새만금 동서 도로 ‘자전거도로 건설’만 부처반영액 16억4000만원이 그대로 정부안에 반영됐다.
그러자 전북 지역에서 반발이 이어졌다. 전북 원로들이 지난 4일 새만금 예산 정상화를 촉구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김덕룡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 정동영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김홍국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 등 정·재계 원로들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정동영 전 후보는 “지역 원로들께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됐다”며 “무거운 마음이고 모두가 힘을 합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자”고 말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잼버리 이후 새만금 예산을 보면서 참 안타깝게 생각된다”며 “여야 할 것 없이 그동안 책임이 있는 분들이 모인 만큼 힘을 합치자”고 했다.
군산시의회와 정읍시의회도 “새만금 예산 78% 삭감은 전북 죽이기다”라며 반발했고, 새만금사업범도민지원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은 새만금을 여러 차례 찾았고, 기업이 바글거리는 새만금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며 “이런 대통령 의지가 잘 반영되도록 합리적이고 형평성을 갖춘 예산 배분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북사회복지협의회와 전북사회복지사협회 등 22개 단체도 “잼버리 파행 책임을 전북에 덤터기 씌워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등 새만금 예산 삭감을 두고 반발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