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무주산골영화제를 ‘바가지’ 없는 축제로 만들어 주목을 받았던 전북 무주군이 다시 ‘바가지 요금’ 없는 축제를 만들었다.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무주군 일대에서 열린 무주반딧불축제에서 값이 싸면서도 맛 좋고 푸짐한 음식을 내놓으며 이른바 ‘가성비 좋은 축제’를 만든 것이다.
14일 무주군에 따르면 올해 반딧불축제에서 26개 업체가 축제장 곳곳에서 음식을 판매했다. 메뉴는 닭강정과 삼겹살, 자장면, 탕수육, 치킨, 민물새우 튀김, 수제 소시지, 김밥, 떡볶이 등 80여 개를 선보였다.
이번 축제에서도 음식 가격은 대부분 1만원을 넘지 않았다. 지름 26㎝짜리 접시에 탕수육을 가득 담아 8000원에 팔았고, 군만두 8개 가격은 3000원에 불과했다. 옛날 치킨 한 마리가 9900원, 육전·깐풍기·갈비탕·닭강정은 1만원이었고, 떡볶이 5000원, 닭꼬치 2200원, 어묵은 1000원에 판매됐다. 2만원짜리 메뉴는 제육볶음과 미니족발 뿐이었고, 대부분 1만원 이하의 음식이었다.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던 ‘1만원 삼겹살’도 이번 축제에 다시 등장했다.
특히 눈에 띈 건 ‘1000원 국수’였다. 무주 남대천변에서 판매했던 1000원 국수는 재료가 없어 못 팔 정도로 관광객에게 인기였다. 국수를 싸게 팔 수 있었던 건 무주군의 지원과 주민들의 봉사활동 덕분이었다. 무주군은 국수와 밑반찬 등 재료비 2700만원을 지원했고, 나머지는 관내 부녀회 등 자원봉사자 200명의 몫이었다.
이들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3시간 동안 국수를 준비해 손님을 맞았다. 잔치 국수에 돼지고기 수육, 김치, 콩나물, 포도, 떡 등을 곁들인 푸짐한 한상 차림에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몰렸다. 개장 한 시간 만에 국수가 소진돼 더는 손님을 받지 못해 영업을 종료하는 날도 있었다. 반딧불축제가 열린 9일 동안 잔치 국수를 먹은 관광객은 3만여명에 달한다. 전주에서 온 김현빈(47)씨는 “값이 싸서 음식이 별로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푸짐하고 맛도 좋았다”며 “바가지 요금이 없다 보니 축제를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딧불축제 기간 모두 45만명의 관광객이 무주를 찾았는데, 이는 작년(19만명)보다 2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이 때문에 준비했던 음식이 조기에 매진되기도 했다. 간식 부스를 운영했던 백은경(55)씨는 “싸고 질 좋은 음식을 팔다 보니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준비했던 음식을 남김없이 모두 판매했다”며 “수익금 일부를 장학금 등 좋은 일에 사용할 예정이다”고 했다.
앞서 무주군은 반딧불축제를 준비하면서 일회용품·바가지요금·안전사고 없는 ‘3무(無) 축제’를 목표로 정했다. 군은 산골영화제에 이어 이번에도 축제장의 간식 부스를 직접 관리하면서 음식 가격을 통제했다. 지난달 지역 음식점 등을 대상으로 간식 부스 운영권에 대한 공모를 진행했다. 선정된 업체를 대상으로 음식 단가를 2만원 이하로 책정해야 할 것과 음료와 주류 가격을 통일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무주군은 축제기간 내내 음식을 판매하는 곳곳에 공무원을 배치해 가격과 위생 상황 등을 점검하기도 했다. 또 환경축제에 걸맞도록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 접시 대신 친환경 다회용기 등을 사용했다. 다회용기 사용으로 지난해보다 쓰레기가 33% 줄었다고 한다.
무주군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분야별, 장소별로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기도 했다. 시설물과 먹을거리, 코로나 방역에 대한 안전관리도 강화했다. 축제 기간 다른 지자체 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무주를 다녀갔다고 한다. 황인홍 무주군수는 “이번에 반딧불축제까지 바가지 요금 없는 축제로 만들면서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열릴 많은 축제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축제를 계기로 ‘자연특별시 무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무주를 1000만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