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수소충전소에서 ‘그린수소’를 연료로 충전한 수소버스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그린수소버스는 제주시 함덕에서 출발해 제주시 연동 한라수목원까지 왕복 노선(311번, 312번)에서 시범 운행에 들어갔다. 311번 노선의 운행 구간은 26㎞, 312번 노선(삼화지구 경유)의 운행 구간은 29㎞다. 제주도는 시범 운행기간에는 수소버스에 승객을 탑승시키지 않고, 버스 2대를 운행 일정에 맞춰 운행한다. 제주도는 안전성을 확보하고 그린수소 정상공급이 가능한 시점에 수소버스 9대를 해당노선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연말부터는 본격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린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수전해·전기로 물을 분해해 산소 및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해 생산한 수소로,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청정 에너지다. 수소차가 에너지를 공급받는 방식은 이 과정의 역순이다. 수소를 담아 차량을 운행하면 수소가 산소를 만나 전기와 물로 분해되는데, 이렇게 발생한 전기를 에너지로 사용한다.
현재 다른 지역에서 운행중인 수소버스는 천연가스로부터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 등 생산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그레이수소’를 원료로 한다. 그린수소 버스 운행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를 지역에서 생산하고 상용화하는 국내 첫 시도가 제주도에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날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그린수소 생산시설과 함덕 수소충전소를 방문해 그린수소 생산과정과 그린수소 버스 운행과정을 점검했다. 오 지사는 “현재 제주지역 재생에너지 비율은 출력제어로 19.2%에 불과하지만, 그린수소 생산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은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에너지 전체를 그린수소와 재생에너지로 만들어 나가는 탄소 제로시대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그린수소가 첫 생산된 것은 지난 2020년 12월 제주시 한림읍 상명풍력발전단지에 설치된 500㎾급 생산설비를 통해서다. 국내 최초로 풍력발전기의 잉여에너지를 활용해 매일 하루 35㎏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수소차 한 대를 충전하는 데 필요한 양이 5㎏인 것을 감안하면 수소차 7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실증 단계에서 소량이나마 그린수소를 생산한 국내 첫 사례다.
이후 제주도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3.3㎿급 그린수소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이번에는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를 모두 이용하고 있다. 지난 5월 설비시설 완성 검사를 마친데 이어 최종 순도 품질검사도 통과했다.
생산 실증만 진행하기로 한 상명풍력발전단지와 달리 행원리에서는 상용화를 목표로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행원리 설비의 생산목표량은 하루 600㎏, 수소 버스 24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수소를 옮기는 튜브 트레일러 4대가 마련됐고, 함덕해수욕장 인근에 그린수소충전소가 설치됐다.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는 시간당 수소버스(25㎏ 기준) 4대, 수소 승용차(5㎏ 기준) 20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12.5㎿급 대규모 실증단지도 구축되고 있다. 2025년 시운전을 거쳐 하루 3200㎏씩 연평균 1200t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게 될 전망이다.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30㎿급 청정수소 생산 실증사업의 통합 실증시설을 구축할 지방자치단체로 제주도가 선정됐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2030년까지 세계적 수준인 총 46㎿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체계를 구축해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핵심 정책인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 및 에너지전환’의 탄탄한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제주도는 그린수소 생산과 함께 공공분야 모빌리티를 시작으로 산업과 생활 전반으로 그린수소 사용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 하반기 9대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그린수소 버스 300대를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9월 기준 제주도내 노선버스는 모두 829대다. 6~7년 이내에 제주도내 버스의 36%를 수소 버스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기간 청소차 303대 중 200대를 수소 청소차로 교체한다. 또 수소 트램 7대를 신교통수단으로 도입한다. 2024년부터는 민간 관광전세버스와 5t 이상 운송트럭을 수소차량으로 전환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수소 가격의 경제성을 확보하고, 내구연한이 다한 내연기관 차량의 수소차 전환을 유인할 방침이다.농어업 분야에선 수소 농기계·선박을 도입한다.
호텔과 리조트 등 숙박시설과 연안 선박 등의 관광시설에도 수소 연료전지를 도입한다. 앞으로는 LPG를 가정용 수소 연료전지로 대체하고, LNG를 원료로 하는 화력발전소를 수소발전소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처럼 제주도가 그린수소에 주력하는 것은 기후위기 속에서 탄소중립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다. 제주도는 산업과 생활 전 분야로 그린수소 기반을 확장해 제주지역의 에너지 전환과 자립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2012년부터 추진해 온 ‘탄소 없는 섬 2030′ 비전에도 수소경제를 포함해 제주지역 전력 에너지를 청정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해 나갈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수소 기업 20개를 유치·육성하고, 산·학·연 연계를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해 그린수소 산업을 제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주는 수소 생산시설을 만드는 작은 부품의 생산부터 조립까지의 모든 과정에 대한민국 정부가 보증하는 안전기준을 적용하며, 수소를 안전하게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며 “제주도는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그린수소의 선도지역으로 대한민국의 수소경제를 선두에서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