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6살 딸을 둔 옛 연인을 찾아가 살해한 30대 스토킹범이 19일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이날 인천지법 형사 15부(재판장 류호중)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살인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30·남)씨 변호인은 “(검찰 측)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증거에도 모두 동의한다”고 말했다.
A씨는 흰색 마스크를 쓴 채 갈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그는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직업 등을 묻은 재판장의 인정심문에 담담하게 대답했다.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아니오’라고 답했다. A씨는 의자에 정자세로 앉은 채 재판에 임했다.
피해자 B(37·여)씨 변호인은 법정에서 A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 4만4000여명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설명하며 “피고인(A씨)이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하다가 법원의 잠정조치를 위반해 범행했고, 수법이 계획적이고 잔혹하다”며 “피해자 모친까지 상해를 입었고, 다른 가족들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은 또 A씨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비(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검찰은 “B씨 딸의 심리상태 검증결과도 제출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방청석에서 재판 진행과정을 지켜보던 B씨의 사촌언니는 재판 뒤 퇴장하는 A씨를 향해 “내 동생 살려내”라며 흐느꼈다.
B씨 변호인은 재판 뒤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 측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원하고 있다”며 “법원에서도 이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7월 17일 오전 5시 53분쯤 인천시 남동구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옛 연인이었던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범행을 말리던 B씨 어머니를 다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앞선 폭행과 스토킹 범죄로 지난 6월 B씨 주변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 등 법원의 제2∼3호 잠정조치 명령을 받고도 범행을 저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