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남구 호미곶 ‘상생의 손’ 인근 ‘호미곳 귀신 집’. 빨간 조명 속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성 마네킹이 귀신을 연상시켜 SNS에서 공포체험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인터넷 캡쳐

경북 포항시의 대표 관광명소인 호미곶 ‘상생의 손’ 인근에 때아닌 귀신 소동이 일고 있다.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바닷가 조형물인 ‘상생의 손’을 마주 보고 오른쪽으로 40m쯤 걷다 보면 낡은 조립식 건물이 나온다. 예전에 횟집을 하던 곳으로 알려진 이곳은 최근 포항 SNS 인증 명소로 떠오른 ‘호미곶 귀신의 집’이다.

해당 건물에 밤마다 등장하는 ‘귀신’의 정체는 마네킹이다. 정면을 바라보다 다시 오른쪽으로 돌면 갑자기 보이는 사람의 형체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한다.

낮에 보면 별것 없는 폐건물이지만, 밤이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창가에 빨간 조명이 비치는 배경으로 하얀 소복을 입고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마네킹이 괴기한 모습으로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소행을 한 이는 다름 아닌 건물주인 A씨. 그는 올해 초부터 포항시를 상대로 ‘관광지구 단위계획을 풀어 달라’며 시위 도구로 마네킹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낮에 바라본 포항시 남구 호미곶 '귀신의 집'의 모습. /독자 제공.

A씨의 건물 주변은 1981년 12월 ‘영일만관광지구’와 2003년 11월 ‘호미곶관광지구’ 등 관광특구로 지정돼 개발행위가 제한된 곳이다. 이 때문에 A씨는 자신의 땅에 새 건물을 짓기가 불가능하자 이러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

그런데 농성 효과는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다. 갑작스럽게 SNS 등에서 해당 건물이 ‘귀신의 집’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방문 인증명소와 공포체험장 등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웃푼(웃기고도 슬픈)’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는 수차례 건물주를 상대로 ‘흉물’을 치워 달라고 요청했지만 원래 3개였던 마네킹 숫자만 1개로 줄였을 뿐 여전히 밤이면 빨간색 조명이 켜지고 있다.

관광객이 늘면 늘수록 반가워야 할 포항시. 하지만 ‘귀신의 집 소동’에 되레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 관계자는 “흉물스럽다는 민원이 자주 들어와 설득을 시도했으나 건물주인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며 “사유재산 시설물을 임의로 건드릴 수도 없는 부분이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참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