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 참외의 올해 매출이 6000억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2016년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결정한 이후 7년 가까이 가짜 뉴스에 시달리던 성주 참외가 최대 매출 기록으로 근거 없는 괴담을 물리친 셈이다. 참외 농가 주민들은 “괴담에 흔들리지 않고 성주 참외를 찾아준 소비자들 덕분에 이런 성과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2일 성주군에 따르면, 올해 성주군에서는 총 17만t의 참외가 생산돼 총매출액은 6014억원을 기록했다. 1970년 성주군이 참외 시설 재배에 성공한 이후 53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작년 매출액 5763억원보다 4%가 늘었다. 성주군은 2019년부터 4년 연속 5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처음으로 6000억원을 넘어섰다.
성주 참외 농가의 평균 매출은 1억5000여 만원, 억대 농가 수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농가는 1862가구로, 전체 농가 3800여 가구의 48%에 달했다. 지난해 1713가구보다 149가구가 늘었다. 매출 10억원을 넘긴 농가도 나왔다. 이병환 성주군수는 “올해 성과로 사드 괴담은 완전히 퇴출됐다”며 “이제는 미래 농업 세대들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 농업 소득 1조원 달성을 앞당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주읍 학산리의 이상용(45)씨는 올해 매출 3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2015년부터 3000여 평의 시설 하우스에서 참외 농사를 시작한 그는 농사에 뛰어든 이듬해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괴담이 돌면서 참외 밭 절반을 줄여야 했다. 이씨는 “괴담은 순식간에 번졌고, 당시 농사를 포기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며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답답했었다”고 했다.
성주는 전국 참외 생산량의 80%를 넘게 차지하는 국내 최대의 참외 생산지다. 모래와 흙이 절반쯤 섞인 사양토(砂壤土)와 참흙인 양토(壤土), 혹한이 거의 없는 풍부한 일조 시간 등 참외 재배에는 최적지로 꼽힌다. 그러나 2016~2017년 이씨처럼 괴담을 걱정한 일부 주민이 참외밭을 갈아엎으며 사드 설치 반대 시위에 동참했다. 당시 일부 야당 의원들은 사드 반대 집회에 참석해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다”는 노래를 부르며 부추기기도 했다. 그 결과 한때 참외 가격은 30% 이상 폭락했고, 4000억원이 넘던 성주 참외의 연 매출액은 30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성주군의 내년 참외 매출 목표는 7000억원. ‘껍질째 먹는 참외’ 등 신품종을 육성하고 있고, 참외 초콜릿과 참외 막걸리, 참외 반려견 간식 등 여러 가공품을 만들고 있다. 참외가 자랄 때 실시간으로 병해충 여부를 진단하는 시스템도 만들 계획이다.
해외 판로도 개척 중이다. 현재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9국에 연간 300t, 12억~13억원가량 수출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수출 물량 500t에 수출액 20억원으로 잡았다. 배재구 성주참외원예농협 상무는 “농사를 짓겠다고 성주로 몰려드는 청년들이 매년 30~40가구씩 늘어나고 있다”며 “성주 참외는 이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품질과 명성을 이뤄냈다. 괴담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 성주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됐다. 정부는 작년 6월 환경영향평가 협의회를 구성해 한국전파진흥협회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기지 건설 적절성 등을 조사한 결과 사드의 전자파는 인체 보호 기준의 0.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