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송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면 먼저 건너편 야산에 걸린 ‘산소카페 청송’이란 커다란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차창을 내리면 전신을 감싸는 신선한 공기에 콧속부터 맑아진다. 파천면사무소 앞을 지나 산모퉁이를 돌아서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드넓은 꽃밭이 펼쳐진다. 바로 ‘산소카페 청송정원’이다. ‘산소카페’는 임야가 80% 차지하는 청송군의 도시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청송은 전국에서 산소포화도가 가장 좋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청송군 파천면 신기리 용전천 변에 위치한 ‘산소카페 청송정원’은 매년 이맘때면 온갖 색을 띤 백일홍 꽃으로 가득 찬다. 꽃밭 규모만 축구장 19개 면적에 달하는 13만6500㎡(약 4만2000평)에 달한다. 이곳은 2021년 첫 개장 이후 전국적인 꽃길 명소로 떠올랐다.
현재 청송정원에는 1억 송이의 백일홍이 만개돼 있다. 꽃을 가꾼 사람들은 청송 주민들이다. 새마을회와 이장연합회 등 청송군 17개 단체와 주민들이 씨를 뿌리고 가꿔 백일홍 꽃밭을 만들었다. 청송사과협회에선 꽃밭 사이로 산책로도 설치했다.
꽃길을 걷다보면 그네의자와 사과 모양의 벤치, 천국의 계단, ‘청송 드림’ 거울 액자, 크고 작은 전망대 등 정원 곳곳에서 다양한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이들 모두 포토존으로 인기다.
꽃밭 속에선 빨간색, 노란색의 우산을 쓴 사람들도 많이 눈에 띈다. 청송군이 정원을 찾는 이들에게 양산용으로 고운색 우산을 무료로 빌려 준 덕분이다. 중앙 무대에선 주말마다 음악회와 버스킹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린다. 높이 18m의 회전계단형 전망타워에 올라서면 한눈에 펼쳐진 정원 전체를 볼 수 있다.
청송정원은 처음부터 형형색색의 화려한 꽃밭이 아니었다. ‘갯들’이라 불린 이곳은 원래 태풍이 오면 반복적으로 피해를 보던 변변찮은 땅이었다. 2018년 태풍 ‘콩레이’가 휘몰아친 시기, 청송군은 제방을 더 높이고 흙을 돋우어 대규모 구릉지로 만들자 주민들이 나서 백일홍을 심은 것이다.
백일홍은 온갖 색으로 피어났다가 서리가 내리면 지는 한해살이다. 하지만 계절적 한정성에도 불구하고 산소카페 청송정원의 명성은 단시간에 전국에 퍼졌다.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이 이곳에서 촬영됐고, 지난 3월 방영된 드라마 ‘꽃선비 열애사’의 아름다운 꽃밭도 바로 이곳이다.
지난 2021년 첫 개장한 청송정원에는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 동안 10만여 명이 다녀갔다. 군민 2만4600명의 4배가 넘는 관광객이 찾은 것이다.
지난달 1일 청송정원을 개장한 이후 현재 7만여 명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청송정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오는 31일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청송군 관계자는 “청송은 일교차가 커 기후의 영향을 적게 받는 백일홍이 잘 자란다”면서 “청송정원에 만개한 백일홍은 가을철 청송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훌륭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