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동생 없는 사람 손들어봐요~. 지금 손든 친구들 집에 가서 엄마·아빠한테 꼭 동생 낳아달라고 해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큰 소리로 외치자 꼬마들이 일제히 “예~” 하며 손에 든 형형색색 풍선을 흔들었다. 이내 행사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경북 안동시 안동탈춤공연장의 객석 2500석은 전국에서 모인 어린이집·유치원생과 가족들로 꽉 들어찼고,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가 진동했다.
저출산 극복 캠페인 ‘아이가 행복입니다! 해피투게더 경북’ 행사가 27일 개막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조선일보가 2018년 시작한 ‘아이가 행복입니다’의 지방 행사로, 지난해 경주에 이어 두 번째다. 조선일보와 경북도·안동시가 공동 주최하고 교육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학교안전공제중앙회 등이 후원했다.
27·28일 이틀 동안 열리는 이번 행사의 포문은 ‘내가 육아스타K 에세이 공모전’ 시상식이 열었다. 지난 9월부터 한 달간 전국에서 부모들이 쓴 육아 에세이 700여 건이 출품됐고 최종 심사를 거쳐 6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상(大賞)은 이윤재(72·대전)씨가 쓴 ‘조부(祖父)의 육아’였다.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를 대신해 손자를 키우며 느낀 소회를 담은 글이다. 손주를 데리고 어린이집을 오가며 같은 처지의 할머니랑 친해지는 즐거움도 있었고, 손자에게 밥을 차려주고 함께 먹다 보면 밥상머리 교육이 자연스레 이뤄지는 경험도 썼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손자가 주변 사람들의 칭찬을 받을 때면 육아의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대상 상금은 300만원.
최우수상은 최영아(경남 창원)씨 가족의 ‘미완성이 아니다, 풀완성이다’, 이미주(대구)씨 가족의 ‘거울을 품은 가족’이 각각 선정됐다. 출산 2주 전에 남편과 사별한 최씨는 “다른 집 아이들보다 두 배 더 사랑하며 키울 거다. 그래서 한 부모 가정은 결코 미완성이 아니며 풀완성이다”라고 했고, 이씨는 “부부간에 힘든 일이 있어도 딸들이 힘을 줘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열린 ‘31초 우리 가족 행복담기’ 사진·영상 공모전 시상식도 눈길을 끌었다. ‘다시 잇는 빨래터’라는 작품으로 특별상을 수상한 서민정(43)씨는 결혼 후 5년간 아이가 없다가 경북 청도군으로 귀농해서 딸 둘을 얻었다. 임신 때부터 마을 어르신들이 더 기뻐했다고 한다. 봄에 낳아서 조은봄(6), 여름에 낳아서 조은여름(4)으로 이름을 지었다. 그래서 영상 작품에 이웃 할머니와 딸 은봄이가 냇가에서 빨래하는 정겨운 모습을 담았다. 서씨는 “공부보다는 스스로 무엇을 할 줄 아는지 깨닫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이날 수상자들에게는 꽃다발과 수상 작품이 신문에 실린 모양의 ‘조선일보 리프린트’가 수여됐다.
시상식에 이어 수상자와 내빈들이 함께 나와 ‘변화’ ‘극복’ 등 저출산 극복을 염원하는 단어가 쓰인 큐브 조각을 결합하는 퍼포먼스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축사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지방에 일자리와 투자를 늘려 수도권 독점이라는 판을 뒤집어야 한다”고 했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경제, 정치, 문화 등이 지방 중심으로 바뀌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은 “저출산 문제에 대해선 정부, 지자체, 기업 등이 합심해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며 “아이들로 인한 행복이 경북에서 들불이 되어 전국으로 번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출산·육아·다문화사회 전문가에게 물어봐’라는 주제의 콘퍼런스에서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역의 오늘이 대한민국의 내일”이라며 “정부도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