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북 봉화 아연 광산 갱도 붕괴 사고로 고립됐다가 221시간만에 구조된 광부 박정하(63)씨가 다시 경북을 찾았다. 생환 1주년을 기념해 이철우 경북지사가 강원 정선에 거주 중인 박씨와 그 가족 등을 초청한 것이다. 고립 기간이 길어지며 불가능으로 점쳐졌던 박씨의 생환은 당시 ‘봉화의 기적’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지난 4일 경북 안동시에 위치한 경북도청에 박씨와 박씨의 가족 및 사고 당시 박씨와 함께 고립됐던 일부 동료 광부들이 방문했다. 11월 4일은 1년전 박씨가 광산 지하 190m 갱도에 고립됐다가 기적적으로 구조된 날이었다.
지난해 10월 26일 봉화 아연 광산에선 수직 갱도가 붕괴돼 작업 중이던 광부 7명이 고립됐다. 이중 비교적 지상과 가까웠던 5명은 사고 당일 자력으로 빠져나가거나 구조됐지만, 박씨와 동료 광부 박모씨는 지하 190m 지점에 갇혔다.
당시 박씨 등은 생존 매뉴얼을 따라 물이 흐르고 공기가 통하는 넓은 공간으로 이동했다. 이곳에 임시 비닐 텐트를 설치한 뒤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고, 커피믹스를 나눠 먹거나 마시며 영양소를 공급했다. 물이 떨어진 후엔 갱도 천장에서 떨어지는 지하수를 마셨다. 고립이 길어지는 상황에서도 괭이와 화약을 이용해 탈출구를 찾으려 했고 가족을 생각하며 생존 의지를 놓지 않았다. 결국 박씨 등의 노력은 정부와 지자체 및 광산업체 등의 구조 작업과 맞물려 221시간만의 생환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생환 1주년을 맞아 경북도청에서 이뤄진 간담회에서 박씨는 감사와 희망의 메시지를 먼저 전했다. 박씨는 “1년전 구조를 위해 노력해준 많은 분들의 배려로 생환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면서 “칠흑 속에 들려온 아득한 발파 소음이 제게 희망이었던 것처럼, (삶이)힘들더라도 모두가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저도)살아가면서 앞으로 가족과 주변을 돌아보고 더 잘해야겠다”면서 “경북으로 이사오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이 지사에게 어려운 환경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달라고도 부탁했다.
봉화 광산 사고를 계기로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광산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갱도 내에서 필요한 생필품과 도구 등을 담은 생존박스와 무선통신 시설 설치 등 박씨가 요청한 사안들도 포함됐다. 경북도가 건의한 구호용 시추기·카메라 등 구호장비 확보도 반영됐다.
이와 별도로 경북도는 지난 상반기에 지역 광산 137곳 중 55곳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했고, 하반기에 82곳에 대한 안전 상황을 점검해나갈 계획이다. 광산 안전과 관련된 예산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광부께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일화는 지금도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면서도 “또다른 기적을 바라기보다, 사고 재발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만큼 철저한 재난 예방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