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디저트 카페. ‘팡도르’를 사려는 손님 줄이 30m가 넘었다. 팡도르는 크리스마스 때 주로 먹는 달콤한 이탈리아 전통 빵이다. 포장해서 가는 데도 30분 이상 걸렸다. 줄을 선 손님의 70%는 외국인, 그것도 대부분 20·30대였다. 한옥인 가게 마당에 들어서니 관광객들은 여기저기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하니파 이차(30)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본 서울 맛집 필수 코스를 보고 왔다”며 “대기 줄이 너무 길어 포기하고 나가는 길”이라고 했다.
K팝, K패션, K뷰티에 이어 ‘K디저트’가 급부상하고 있다. 올 들어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음식 소비 패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K디저트의 인기가 확인됐다.
서울관광재단이 하나카드와 빅데이터 업체 나이스지니데이타를 통해 작년 7월부터 올 6월까지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은 국적 불문하고 갈비와 삼겹살 등 ‘고기류’였다. 하지만 일본과 러시아, 대만 등 아시아권 관광객들은 고기류 다음으로 와플과 파이 등 ‘디저트’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라별 디저트 구매 비율은 러시아가 전체 소비한 음식의 83.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자메이카 35.3%, 일본 11.6% 등이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많은(20.7%) 일본인 관광객은 고기류 다음으로 디저트를 선호했고, 주로 팡도르와 크루아상을 구매했다. 싱가포르와 대만 등도 디저트 선호도가 2위였다.
특이하게도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팡도르, 크루아상, 스콘 등은 대부분 한국 음식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외국인들은 이른바 ‘성지(聖地)’라며 서울의 디저트를 찾는 것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맛도 맛이지만 디저트 가게들은 한옥 등 가게 분위기가 좋아 SNS용 ‘포토 스폿’으로 외국인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선 성수동과 인사동 등의 디저트 가게가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소개돼 있다. 아침부터 ‘오픈런’을 해야 맛볼 수 있을 정도다. 관광재단 관계자는 “2030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디저트 가게들은 서울 관광의 필수 코스가 됐다”며 “K디저트는 이제 우리나라의 새로운 관광 콘텐츠가 됐다”고 했다.
K디저트 성지는 계동과 재동, 이화동 등 종로구에 모여 있다. 디저트류는 외국인 관광객 음식 매출의 40~90%가량 된다. 특히 용산구 서빙고동은 와플과 케이크 등 디저트가 97.7%를 차지했다. 성북구 석관동은 샌드위치와 페이스트리, 성북동은 마들렌이 많이 팔렸다.
백화점과 편의점 기업들도 K디저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월드몰에서는 지난 8월 1층에 유명 베이글 가게가 입점한 뒤 매일 오픈런이 벌어진다. 월평균 30만개가 팔리고, 개점 후 3개월 동안 누적 방문객 수가 40만명에 달했다. CU 편의점 기업인 BGF 리테일은 서울관광재단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K디저트 상품을 만든다. 약과와 강정 등을 세트로 꾸려 ‘서울 과자’라고 이름 붙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인기 품목에 바나나우유, 생크림빵 등 디저트가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며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 ‘편의점 버킷리스트’도 생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