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강원도가 2020년 12월 야심 차게 출시한 강원도형 공공 배달 앱 ‘일단시켜’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출시 3년 만에 퇴장했다. 출시 후 3년 여 동안 운영 예산만 30억원이 들어갔지만 인지도 확산에 실패하면서 사업 철회를 결정한 것이다.

지난 2020년 12월 강원 속초시 '청년몰 갯배St'에서 열린 공공 배달 앱인 '일단시켜' 출시 기념 행사. 최문순(왼쪽) 당시 강원지사가 '중개수수료 없는 강원도형 배달앱'이라고 적힌 철가방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앱은 출시 3년 만인 지난달 말 낮은 시장 점유율과 재정 지원 부담 등으로 운영이 종료됐다. /강원도

강원도는 지난달 말 ‘일단시켜’ 배달 앱의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9일 밝혔다. 이는 ‘일단시켜’의 낮은 시장 점유율에 비해 재정 지원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일단시켜’는 최문순 전 강원지사 시절인 2020년 12월 출시됐다. 강원도는 당시 중개 수수료·가입비·광고비가 없는 ‘3무(無) 배달 앱’인 ‘일단시켜’가 자영업자의 실질적 수익 증대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출시 이후 효과는 초라했다. ‘일단시켜’가 출시된 이후 누적 가입자 수는 11만6311명에 그쳤다. 이는 강원도 전체 인구(153만2617명)의 약 7%에 불과했다. 이용 건수도 78만1063건에 그쳤다. 등록 가맹점 수도 3280곳으로 3만곳이 넘는 강원 지역 음식점 수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는 ‘일단시켜’ 운영을 위해 지난 3년여간 예산 3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용자의 주문 활성화를 위한 할인 쿠폰 발급에 15억원,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홍보 등에 15억원이 투입됐다. 강원도 관계자는 “공공 배달 앱의 개발 취지는 좋았지만, 민간 앱과 비교해 차별화가 없었다”며 “점유율이 낮아 도가 계속 운영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했다.

김진태 강원지사도 지난 9월 열린 ‘디지털 플랫폼 정부 지역 확산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민간에서 잘하는 것을 비슷하게 만드는 일은 족족 실패했다. 그런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며 전임 도지사 시절 도입한 플랫폼 사업의 실패를 인정했다.

시민들도 “혈세만 낭비했다”는 반응이다. 박구영(46·춘천시)씨는 “배달 앱 개발보다는 환경 개선 사업 등 장기적으로 자영업자를 지원해 주는 방안이 더 필요했다”면서 “민간 배달 업체보다 가맹 업체 수가 턱없이 적고, 서비스 질도 한참 떨어졌기 때문에 출시 초기부터 말이 많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배달 앱 사업에 뛰어든 점이 실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행정기관의 특성상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담아내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플랫폼 비즈니스의 사업 구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업을 진행한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마찬가지. 앞서 2021년 선을 보인 대전시의 공공 배달 앱 ‘부르심’도 경쟁력이 떨어지자 1년 만에 운영이 종료됐다. 2021년 3월 출시된 경남 거제시의 ‘배달올거제’도 출시 2년 만에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서비스를 접었다.

강원대 김형건(경제학) 교수는 “플랫폼 비즈니스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고 발생한 수익을 재투자해 사업 성장을 이끌어야 하지만, ‘일단시켜’의 경우 생산자 위주로 사업이 진행됐다”며 “수익이 없다 보니 공적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민간 배달 앱 ‘배달의민족’도 2010년 출시된 후 2016년에 첫 흑자를 내는 등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이 쉽지 않다”면서 “수수료 폭리에 맞서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배달 앱 개발보다는 수수료 지원 등 현실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일단시켜’ 서비스 종료를 기점으로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배달 앱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전임 도지사 시절 출시된 강원도형 숙박 앱 ‘일단떠나’ 등 소비자에게 외면받아 혈세만 낭비되는 앱은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