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을 골라 고의 사고를 내거나 일부러 타이어에 발을 넣는 등의 수법으로 보험금을 타낸 보험사기범 일당이 대거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중에는 50명이 넘는 사람이 가담해 조직적으로 사기를 벌여 총 35회에 걸쳐 1억3700만 원을 가로챈 일당도 있었다.
울산경찰청은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간 교통사고 보험사기 집중 단속을 벌여 총 210건을 적발해 131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로 인한 보험사기 피해 금액은 총 12억8000만 원으로 집계됐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이 같은 건수는 전년 대비 적발 54%, 피해 금액은 327% 증가한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교통사고 보험사기범들의 범죄 유형별로는 고의사고가 127건(6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허위·과장 사고가 83건(39%)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이 주로 사용한 수법은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상대로 일부러 사고를 일으키거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모해 허위 사고를 일으키거나, 가벼운 사고에도 과잉 진료를 받는 등 다양했다. 피의자 직업군은 보험설계사, 배달업 종사자, 시내버스 기사 등 교통법규나 보험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또 배달업 종사자 2명을 중심으로 한 피의자 58명은 차량 두 대에 나눠 타서 교통사고를 공모하는 방법으로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35회에 걸쳐 1억3700만 원의 보험금을 가로챘다. 이들은 서로 가족 친구 애인 동네 선후배 등 관계로 엮여 있는 무리로, 더 많은 보험금을 받아내기 위해 범행 계획을 모르는 지인들도 차에 함께 태워 범행에 가담시키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설계사를 중심으로 친구나 지인 등 총 18명이 가담한 범행도 있었다. 이들은 이면도로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에 접근해 고의로 충돌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지난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4회에 걸쳐 5300만 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시내버스 기사가 승객을 태운 상황에서도 고의로 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낸 경우도 있었다. 이 기사는 여러 보험에 가입한 뒤 차선 변경 차량에 일부러 접근해 사고를 일으키거나, 가벼운 사고에도 과잉 진료를 받는 방법으로 2020년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41회에 걸쳐 7800만 원 상당 보험금을 받아냈다.
보행자가 차량을 상대로 일으킨 단독 범행도 있었다. 40대 C 씨는 동구 방어동 일대에서 정차·서행하는 차량의 바퀴 가까이에 발을 가져다 대며 다친 척하는 방법으로 지난 8월과 9월 두 달간 약 10회에 걸쳐 합의금·보험금 550만 원가량을 뜯어냈다.
곽정호 울산경찰청 교통사고조사 담당은 “보험사기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평소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운전 습관이 필요하다”며 “보험사기가 의심될 경우 블랙박스 등 증거자료를 확보한 뒤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