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대해서도 생각하면서도 즐길 거리가 많아 좋아요.”
5‧18사적지 ‘전일빌딩245′가 광주 시민들이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시민 정모(59)씨는 동료 교원들과 함께 이 빌딩에서 광주를 상징하는 무등산과 옛 전남도청을 보면서 “역사적인 장소에 서 있구나 생각했다”며 “그러면서도 프로그램들이 많아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1가 1번지에 자리한 이 빌딩은 5·18 당시 계엄군과 시민군이 피를 흘렸던 옛 전남도청(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1980년 당시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분수대를 가운데 놓고 운집, 함성을 높였던 금남로 거리의 시작점이다. 광주를 찾아서 투어를 하는 이들에게는 옛 전남도청과 5·18민주묘지(광주시 북구 운정동)와 함께 이곳도 필수코스로 이미 자리 잡았다. 특히 이곳은 5월 당시 계엄군의 헬기가 사격을 가한 곳으로 총탄 자국(탄흔)이 ‘245개’ 확인된 ‘도로명 주소 245’이기도 하다. 1980년 당시 전남일보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빌딩에서 펼치는 시민문화체험 특화프로그램 ‘아트오아시스’가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21개 프로그램을 198회 운영한 결과, 총 4만7000여 명이 참여했다고 광주시가 7일 밝혔다. 사적지가 문화예술적 공간으로도 부상한 것이다.
시가 이 빌딩을 사들여 5·18의 역사와 함께 문화공간으로 개조하여 지난 2020년 5월 문을 연 이후. 외지 방문객이나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왔다. 매주 토요일 공연, 전시, 체험, 북토크, 플리마켓, 정보기술(IT) 강연, 증강현실(AR) 게임 등 다채롭게 진행했다.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든 연령이 즐기고 배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폭을 크게 했다.
누구나 예술성을 가미하여 만들기 놀이를 하는 ‘액션! 아트 놀이터’는 현장 접수로만 해도 인기가 폭발했다. 청년들이 직접 만드는 프로그램을 멘토링을 통해 현장에서 시연까지 하는 ‘청년예술기획창고’에 젊은이들이 몰렸다. 시니어층은 ‘나만의 작은 시니어카페’에서 커피제조를 배우고, 아버지들은 ‘오늘은 아빠가 제빵왕’에서 빵 만드는 방법을 익혔다. 남녀노소 누구나 ‘전일뿅뿅오락실’에서 오락을 즐기고, 증강현실(AR)게임으로 빌딩 곳곳을 투어했다.
재주가 있으면 누구나 버스킹을 했다. ‘버스킹 오아시스’였다. 70년대 ‘전일가요제’의 맥을 잇는 이름난 아티스트들이 ‘싱어송 라이터스’ 무대에 올랐다. 빌딩에선 공연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전시도 참여형이다. 재능있는 시민과 신진작가들은 ‘내 생애 첫 전시’를 두드렸다. 지역을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씨의 ‘미디어의 밤’은 최신 미디어 예술의 동향을 알게 해주었다. ‘인문학 북토크-책 읽어주는 여자·남자’도 인기였다. 소상공인들이 내놓은 ‘덕질상점’, 개성있는 책을 내놓은 ‘아무튼 북페어’은 숨겨진 보석을 찾으려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두원 시 문화도시조성과장은 “올 한해 다채로운 문화예술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친근한 휴식공간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며 “이번 프로그램의 부족한 점은 보완, 더욱 사랑받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