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통계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윤성원 전 국토교통부 1차관과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8일 기각됐다. 지난해 9월 감사원 의뢰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관련자들에 대한 첫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향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 등 ‘윗선 수사’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법 윤지숙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밤 11시쯤 직권남용과 통계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차관과 이 전 청장에 대해 “주거와 직업 등이 일정하고, 감사와 수사에 성실히 응하였으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수사기관에서 관련자 진술 등 다량의 증거를 확보한 점, 과거 피의자 지위만으로 참고인에게 회유 압력을 행사해 장래 진술을 왜곡할 구체적인 사정이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증거인멸을 시도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두 사람은 오후 2시 30분부터 5시 40분까지 3시간 10분 동안 영장 심사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차관은 “미리 부동산 상황을 체크하기 위한 것일 뿐 통계 조작을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청장 역시 비슷한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국토부 1차관과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산하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아파트 매매 가격 등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 수사는 작년 9월 감사원의 요청으로 사작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다음 달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4년 5개월 동안 집값과 소득, 고용에 관한 정부 공식 통계가 조작됐다는 게 감사원 감사 결과였다. 감사원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과 소득 주도 성장 등 핵심 정책의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려 했다“며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는 94차례 이상 조작됐고, 통계청의 소득·고용 통계는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 산출 방식이 바뀌었다”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22명을 직권남용, 통계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5일 통계청·한국부동산원·국토부 등을 압수수색하고, 지난달 22일 홍장표 전 경제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어 지난 2일 관련자 중 처음으로 윤 전 차관과 이 전 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은 기각됐지만 확보된 증거 등을 토대로 수사하면 혐의를 소명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