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7일 오전 4시 10분쯤 울산 남구 상개동 한국알콜산업 울산공장 지게차 사무실 앞에서 민노총 화물연대 울주지부 조합원인 김모씨가 비조합원인 홍모씨를 폭행하고 있다. / 피해자 제공

“화물연대 갑질에도 참고 또 참았어요. 결혼도 했고, 부친께서 10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후 두 집을 책임지는 가장이 됐으니까요. 그런데 폭행까지 하는 건 사람이라면 해선 안 되는 짓이죠”

한국알콜산업의 한 계열사와 운송계약을 맺은 업체의 운송기사인 홍모(31)씨는 22일 본지에 민노총 화물연대 울주지부 조합원인 김모(54)씨에게 폭행당한 심정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 7일 악몽 같았던 그 날의 기억이 어제일처럼 생생하다고 했다.

홍씨와 다른 동료들의 경찰 진술서 등에 따르면 매일 새벽 4시 일을 시작하는 홍씨는 그날도 평소처럼 울산 남구 상개동 한국알콜산업 울산공장에 출근했다.

화물연대 울주지부 조합원 김모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홍모씨가 부상을 당한 모습. /피해자 제공

그리고 그날 김씨와 마주쳤다. 화물연대 울주지부 간부인 김씨는 평소 회사와 거래하는 협력업체의 담당자에게 당일 납품할 구역과 물건의 개수를 듣고, 이를 운송기사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평소 홍씨가 화물연대 노조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감정이 좋지 않았던 김씨는 유독 홍씨에게만 그 내용을 직접 전해주지 않아, 홍씨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야 그 내용을 들었다. 그러다보니 홍씨는 납품을 늦게 하거나 납품 개수를 착각하는 등의 실수를 더러 했다.

그리고 이날 홍씨는 김씨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사적으로 저한테 기분이 나쁜 일이 있으시더라도, 공과 사는 구분해 전달은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는 순간, 홍씨 눈 앞으로 주먹이 날아왔다. 홍씨가 바닥에 쓰러진 뒤에도 얼굴과 목 쪽으로 주먹질은 30회 가량 이어졌다. 홍씨가 “잠시만, 그만해달라”고 소리쳐도 소용없었다.

홍씨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김씨를 뒤쫓아간 뒤에도 김씨는 홍씨에게 발길질을 하고, 대형트럭을 받치는 고임목을 들고 “오면 찍어버린다”고 말하는 등 협박했다. 당시 홍씨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김씨는 현장에서 체포됐고, 검찰은 지난해 12월 20일 김씨를 상해와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했다.

이 폭행으로 홍씨는 눈 주위 뼈가 골절되고, 앞니가 부러지는 등 전치 8주의 부상을 입고, 0.8cm의 인공뼈를 얼굴에 이식하는 수술도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력은 회복되지 않아 일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홍씨와 김씨 사이가 안 좋아진 건 1년 4개월쯤 전부터라고 했다. 그보다 2개월 전인 지난 2022년 7월쯤 한국알콜산업 계열사와 운송 계약을 맺은 기사들이 화물연대 노조에 가입하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 됐다. 김씨는 홍씨에게도 가입을 권유했고, 홍씨도 가입을 했으나 두 달여만에 노조를 탈퇴했다. 이후 홍씨는 좋은 물량을 배차받지 못하는 등 업무상 불이익을 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최근까지도 불이익은 이어졌고, 홍씨가 그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이 폭행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런 홍씨를 더 화나게 하는 것은 화물연대의 태도라고 했다. 화물연대 울주지부는 김씨가 이번 폭행 사건으로 사측과 재계약을 하지 못하게 되자 지난 15일부터 김씨의 복귀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어오고 있다. 이들은 김씨와 홍씨가 모두 폭행 사건에 연루됐는데, 홍씨만 업무에 복귀를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또 홍씨 역시 자신을 폭행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화물연대 울산본부에 이번 사건에 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홍씨는 “입장을 바꿔서 비조합원이 조합원을 이렇게 폭행했고, 재계약한다고 하면 노조가 가만히 있겠냐”고 했다.

지난 19일 울산 남구 상개동 한국알콜산업 울산공장 앞에서 화물연대 울주지부가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노조 지부장 등 조합원 11명이 화물차량의 운송을 방해하는 등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독자 제공.

홍씨는 김씨가 최근 자신에게 사과를 했으나 용서할 마음은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기관이 폭력과 집단적인 위력을 행사해 불쌍한 노동자를 탄압하는 행위를 엄벌하길 바란다”며 “누구나 똑같이 현장에서 일할 수 있게 보호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