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로 반출 된 수령 300년 된 경북 영주 순흥면 바느레소나무. /영주시

경북 영주시는 300년된 문중 소유의 소나무를 허가 없이 파낸 뒤 다른 곳으로 빼낸 혐의(산지관리법 위반 등)로 조경업자 A(65)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영주시 관계자는 “문중 허가를 통해서는 소나무 반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편법적인 산림전용신고를 통해 산지관리법 규제를 피해가려는 정황을 확인했다”며 “문중과 조경업자 등 관련자를 모두 조사한 뒤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소나무는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 ‘바느레골’ 순흥향교 인근에 있던 수령 300년의 반송(盤松·높이 3m·폭 6m)이다. 주민들은 이 소나무를 마을 이름을 따 ‘바느레 소나무’로 불렀다. ‘6억 소나무’라는 별칭도 있다. 수년 전 현지를 둘러 본 한 관광객이 6억원에 이 소나무를 사기로 하고 굴착기로 캐내려던 중 갑자기 소나무 잎이 마르고 고사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구매를 포기했다. 그래서 이름이 붙여졌다.

이런 위기까지 넘긴 이 소나무 문제는 지난해 10월 말 조경업자 A씨가 소나무 소유주인 문중 대표로부터 매입한 다음 서울로 반출하면서 불거졌다. 해당 소나무는 조경업체 측에 7~8억원 대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가 이뤄졌다는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반출을 막기 위해 같은 달 24일부터 주민 10여 명이 천막을 치고 24시간 교대로 소나무 지키기에 나섰다. 영주시청 전직 고위 한 공무원은 소나무를 운반할 트럭 앞에 드러눕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로 반출되기 전 경북 영주시 순흥면 순흥향교 앞에 방치된 바느레 소나무. /영주시

마을 주민과 영주시, 조경업체 간에 나흘간 팽팽한 대치 끝에 같은 달 29일 오후 8시쯤 주민들이 1시간 정도 자리를 비운 사이 소나무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뒤늦게 수소문을 통해 주민들은 서울 서초구 한 농장에 옮겨진 사실을 알게 됐다.

이 과정에서 영주시의 미숙한 행정에 대한 비난도 나왔다. 애초 지난해 4월 우계 이씨 문중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던 한 농민이 소나무가 있는 자리에 농업용 창고를 짓겠다며 영주시에 ‘나무를 옮긴다’는 산지전용신고를 냈다.

소나무의 가치를 알고 있던 영주시는 신고 수리에 앞서 소나무 보전 계획을 조경업자 측에 요구하자 기존 위치에서 50m쯤 옮겨 심겠다는 계획서가 추가돼 접수됐다. 이렇게 될 경우 영주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령 300년의 반송(盤松), 경북 영주시 순흥면 ‘바느레 소나무’가 있었던 자리. 성인 5~6명이 들어갈 정도로 지름 3m쯤 움푹 파인 구덩이를 한 주민이 살펴보고 있다. /권광순 기자

하지만 소나무를 구입한 조경업자 A씨는 같은 해 8월 16일 재선충병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증명서를 추가로 발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주시가 소나무 외부 반출에 필요한 재선충병 미감염 확인증을 내줬다는 자체만으로 소나무를 외부로 옮길 수 있도록 빌미를 준 것이다. 또 소나무를 반출할 수 있는 근거인 ‘소나무 생산확인표’까지 발급해주면서 사실상 반출을 허가해준 꼴이 됐다. 생산확인표에는 수요처가 서울시 서초구로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

현재 소나무 반환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개인 간 매매가 이뤄진데다 소나무를 불법 반출하면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뿐이기 때문이다. 영주시 관계자는 “이번 소나무 불법반출 사건은 위법 행위를 일삼아도 처벌이 약한 점을 악용한 사례”라며 “행정적 제재나 벌금부과 등 손실보다 이익이 많아 현재 조경업자는 처벌도 감수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소나무 반환이 불투명해지자 영주 주민 50여 명은 소나무 반환을 위한 모임을 결성했다. 이들은 소나무 반환을 위한 모금운동에 민사소송, 국민청원, 1000명 서명운동 등을 추진 중이다.

순흥소나무반환 추진위원회 서건식(67) 사무국장은 “마을의 보물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소나무를 되찾기 위한 모금 운동과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유림 등에선 윤석열 대통령에게 ‘마을을 지켜주던 소나무를 하루아침에 억울하게 잃어버린 주민들의 허탈감’ 등을 적은 탄원서도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