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문 전 용인시장.

서울고법은 14일 용인 경전철 사업의 예산 낭비와 관련해 이정문(77) 전 용인시장, 한국교통연구원과 소속 연구원들에 대해 214억 여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상자들은 손해배상금을 분담하더라도 거액을 물어내야 할 처지가 됐다. 이 전 시장은 2002~2006년 민선 4기 용인시장을 지냈는데 2005년 공개된 그의 전 재산은 약 31억원이었다.

용인 경천철 사업은 민선 4~6기에 걸쳐 착공과 개통이 진행됐다. 앞서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하면서 서정석·김학규 전 시장은 빼고 이 전 시장의 과실을 따져 보라고 주문했다.

용인시 경전철 사업은 민선 1기부터 꾸준히 검토됐으나 이정문 전 시장이 재임할 당시에 중요한 결정과 사업 추진이 이루어졌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용역을 맡은 수요예측 조사 결과는 2001년에 제출됐다. 이 용역 보고서는 승객 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해 사업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 시장 취임 직후인 2002년 7월 캐나다 건설회사인 봄바디어 컨소시엄의 사업 계획서가 접수됐고, 9월에는 이들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또 용인시와 중앙정부의 민간 투자 사업 심의를 거쳐 2004년 7월 용인시는 실시 협약을 체결했다. 과다한 수요예측을 근거로 30년 동안 최소 운영 수익을 보장해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듬해 12월 공사는 시작됐다.

이날 판결에 대해 이 전 시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2002년 7월 취임식 첫날 이미 간부들 결재를 마친 민간 투자 사업 계획서가 올라와 있었다”며 “용인 경전철은 내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용인시 내부에서 검토가 이뤄졌던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중앙정부가 심의하고 승인까지 한 사업인데 일개 기초단체장이 무슨 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실패한 사업으로 단정하고, 나아가 배상 책임까지 묻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상액에 대해선 “판결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대응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한편, 용인시는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과 논의해 조만간 재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용인시의 행정 행위가 잘못됐다는 법원의 판단이기 때문에 시의 대응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