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집값 등 국가 통계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윤성원 전 국토교통부 1차관과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지난달 8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차례 기각된 데 이어 재차 기각되자,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동력을 잃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집값 등 국가 통계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 26일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대전지검에 들어가고 있다. 이 전 청장과, 함께 영장이 청구된 윤성한 전 국토부 차관은 이날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연합뉴스

대전지법 송선양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직권남용, 통계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윤 전 차관과 이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주거가 일정하고 현 단계에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문 정부 시절 각각 국토부 1차관과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으로 있으면서,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등을 임의로 낮추도록 한국부동산원 직원들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 수사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 의혹은 당시 청와대와 국토부 등이 소득 주도 성장과 부동산 정책 등 핵심 정책에 유리하게 하려고 한국부동산원과 통계청 등을 압박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작년 9월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 등이 통계청 등을 압박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 서술 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 불법 행위를 했다”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차례 이상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집값 등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전 차관과 이 전 청장,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전 정부 인사 22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대전지검은 작년 10월 통계청·한국부동산원·국토부 등을 압수수색하고, 김 전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 4명도 잇따라 불러 조사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전지검은 “피의자들 외에도 다수인이 특정한 목적 하에 조직적, 계획적으로 통계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되므로 범죄 혐의를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