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2시 30분쯤 경북 김천의료원 3층 분만실에서 갓 태어난 남자 아기의 첫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천에 살고 있는 30대 부부의 아들이 3.1kg의 건강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다.
경북도에서 운영하는 지역 공공 의료기관인 김천의료원에서 신생아 분만이 이뤄진 것은 15년 만이다. 지난 2008년 이 병원은 출생 저하에 따른 수요 감소를 이유로 분만실 운영을 중단했었다. 올 1월 4일 운영을 재개하면서 첫 신생아가 태어난 것이다.
인구 13만7000여 명의 경북 김천시는 ‘분만 의료 취약지’에 속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은 ‘15~49세 가임 여성들이 분만실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이 60분을 넘긴 비율’ 등을 기준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108곳(2022년 기준)을 분만 ‘의료 취약지’로 분류했는데 김천시도 거기에 포함됐다. 취약도가 가장 높은 지자체부터 A 등급(30곳), B 등급(17곳), C 등급(61곳)이 매겨지는데, 김천은 C 등급을 받았다.
이는 2008년 김천의료원이 분만실 운영을 중단한 이후, 민간 병원인 김천제일병원이 김천에서 유일하게 분만실을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김천 지역의 산모들은 대구나 구미로 나가 ‘원정 출산’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나마 김천제일병원도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작년 3월부터 분만실 운영을 중단하려고 했다. 당시 김천에서 하나 남은 ‘분만실 운영 병원’도 없어질 뻔했는데, 김천시가 국비 지원 등을 통해 이 병원 분만실이 계속 운영되도록 했다.
이후 경북도는 ‘저출생 대책’ 차원에서 김천의료원의 분만실 운영 재개를 추진했다. 작년에 김천의료원의 시설 리모델링(1억8000만원), 의료 장비 구입(5억8000만원) 등 총 7억6000만원을 투입해 분만실과 신생아실 등을 다시 갖췄다. 산부인과 전문의 2명을 충원했고, 올 1월부터 분만 산부인과를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다.
김천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2006년 1041명, 2007년 1310명이었고, 김천의료원 분만실 운영이 중단된 2008년에는 1290명이었다. 이후 김천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는 매년 감소했다. 2014년 980명까지 떨어졌다가 한동안 1000명대를 회복했지만 다시 2019년 878명, 2020년 842명, 2021년 809명 등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2022년에는 754명까지 내려갔다.
이는 출생률 저하와 병행해서 나타난 현상이다. 김천은 한 해 인구 1000명당 신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이 2008년 9.3명에서 2022년 5.4명으로 떨어졌다.
출생률 저하로 인해 분만 시설이 없어지는 현상은 전국적으로 진행돼 왔다. 이번 김천의료원의 분만실 운영 재개를 두고 전문가들은 “분만실 확충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순 없겠지만, 그만큼 기초단체들이 인구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천시 관계자는 “이번에 태어난 아기가 인구 감소, 출생률 저하 등을 막아주는 행운의 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경북도는 올 1월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아파트 단지에 ‘우리 동네 돌봄 센터’, 산업 단지에는 ‘대형 돌봄 센터’를 짓고, 전세 자금 대출 이자 감면, 공공 행복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등의 내용이다. 여기에 내년까지 2년간 1조원 정도가 필요한데 현재 경북도 차원에서 마련한 재원은 300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