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로 의료 공백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전에서 심정지 상태로 이송 중이던 80대 말기암 환자가 보호자 동의 하에 추가적인 응급 처치를 중단한 채 병원으로 옮겨지다 숨졌다.
26일 대전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낮 12시 27분쯤 의식 장애를 겪던 A(80대 여성)씨가 구급차에 실렸고, 20여분이 지난 뒤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이후 구급대원들이 전화로 진료가 가능한 응급실을 확인했으나 계속 찾지 못하다가 53분 만에 대전의 한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에 도착했고 얼마 안 돼 사망 판정을 받았다.
말기암 환자로 알려진 A씨는 병원 이송 도중 병원 7곳으로부터 당장 입원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이 이유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의식 장애를 겪던 80대 환자가 구급차 이송 도중 심정지가 왔고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하며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았다”며 “그러나 구급차에 동승한 보호자가 심정지된 환자의 호전이 어렵다고 보고 ‘추가적인 응급처치를 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혀 응급처치를 중단한 채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대전시, 소방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날 합동으로 사실 확인 및 현장 점검을 벌인 결과 “이 환자는 말기 암 환자로 가정 호스피스 진료 중 상태가 악화돼 이송 과정에서 사망한 경우로 응급실 수용 거부와는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 여파로 구급대 이송이 지연된 건수는 모두 23건으로 집계됐다. 대전시는 현재 의료계 집단행동에 따른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비상 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있다.
수련 병원 모니터링·현장 점검을 통해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개원의 휴진 여부를 확인해 문 여는 의료기관 정보를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 등으로 시민에게 실시간 알리기로 했다. 하지만 대학병원 등 주요 대형병원은 전공의 공백에 따라 응급실은 주로 중증 위중환자를 중심으로 수술과 진료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대전시 관계자는 “현재 충남대병원(교육부), 국군대전병원(국방부), 근로복지대전공단 대전병원(고용부), 대전보훈병원(보훈부) 등은 중앙부처 소속 병원으로 각 부처에서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