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주시 안강읍 북경주행정복지센터 인근 공터에 한 경주지역 법률사무소가 마련한 '포항지진 피해 소송 접수처' 임시천막 앞으로 소송에 참여하려는 주민들이 길게 줄을 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경북 포항지진 피해 소송이 인근 경주 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

28일 경주시와 주민 등에 따르면 포항의 한 법무법인 측은 지난 27일부터 경주시 안강읍 북경주행정복지센터 인근 공터에 포항지진 피해 소송 접수처 임시 천막을 설치했다. 27~28일 이틀간 소송 접수처에 참여 신청을 하려고 주민 수천명이 몰려들었다.

2017~2018년 두 차례 포항지진에 대해 법원이 작년 11월 정부의 책임을 인정해 “국가는 포항시민에게 위자료 200~3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한 이후 포항에선 시민들의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포항시민은 40만명 넘게 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경주시 안강읍사무소 인근에 마련된 포항지진 피해소송 접수처에서 안강, 강동면 주민들이 정신적 피해보상 소송을 접수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경주시

여기에다 해당 법무법인 측은 지난 26일부터 포항 남구 연일읍과 접경지역인 경주‘강동면, 포항과 1.5km 떨어진 안강읍 주민에 대해 포항지진 진앙지를 기준으로 할 경우 포항시민과 같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고 추가 소송 참여자를 모으고 있다. 또 문자메시지도 보내고, 현수막도 곳곳에 붙이면서 다음달 8일까지 참여자를 받는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법률적으로 경주시민들도 지진피해 소송 참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포항의 한 변호사는 “포항 지진피해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인데, 1심인 포항지원에서 포항의 외곽 지역인 기계, 기북, 장기 등 지역 거주자까지 인정한 만큼 같은 거리에 있는 경주 안강읍과 강동면 주민이 배제될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지진특별법이 포항시 거주자로 한정했어도 국가 배상사건에선 이런 제한이 없어 얼마든지 소송 참여가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소송에 필요한 착수금은 포항시민과 같은 수준인 3만원이고 성공보수는 승소금액의 5∼10%로 알려졌다.

28일 경주시 안강읍사무소 인근에 마련된 포항지진 피해소송 접수처에서 안강, 강동면 주민들이 정신적 피해보상 소송을 접수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27~28일 이틀간 소송에 필요한 주민등록 초본을 발급받으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경주 안강주민센터과 강동면사무소 초본 발급건수는 각각 2500매, 2000매로, 평소보다 25배 이상 늘었다. 안강주민센터 관계자는 “많은 민원인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한때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법무법인 측이 영업을 위해 무리하게 소송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모성은 대표는 “경주 강동면과 안강읍의 지진소송 문제는 포항 주민에 국한된 기존 소송과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의 소송”이라며 “소송하지 말라는 규정은 없지만 일부 법조인들이 착수금 등 돈벌이에 너무 집착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16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포항 지진피해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가 지난 2017년 11월 15일과 2018년 2월 11일 포항 북구 흥해읍 일원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트라우마 등 시민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