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배우 오영수 씨가 15일 오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배우 오영수(80)씨가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6단독 정연주 판사는 15일 오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정 판사는 “피해자의 일기장 내용, 이 사건 이후 상담기관에서 받은 피해자의 상담 내용 등이 사건 내용과 상당 부분 부합하며, 피해자 주장은 일관되고 경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진술로 보인다”고 유죄 판단 이유를 밝혔다.

오씨는 2017년 여름 연극 공연을 위해 지방에 두 달 가량 머물던 중 산책로에서 피해 여성 A씨를 껴안고, A씨 주거지 앞에서 볼에 입맞춤하는 등 두 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21년 12월 경찰에 피해 고소장을 냈고, 검찰은 2022년 11월 혐의가 있다고 보고 오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오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는 물론 법정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은 2017년 가을 원룸에서 침대에 앉으라며 여자로 느껴진다고 한 말, 산책로에서 안아보자며 껴안은 일에 대해 피해자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고 대체로 인정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법정에서는 ‘당시 작업하던 작품에 해가 될까 봐 피해자를 달래려고 사과한 것’이라며 상황을 합리화하려 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안은 것은 아껴서 보듬어 주려는 심정에서, 딸 같아서 그랬다는 말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자기 행동(혐의)을 인정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초범이라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고, 취업 제한과 신상정보 공개 명령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여성단체 회원 10여 명은 선고 전후 법정과 법원 앞에서 ‘연극계 성폭력 끝장내자’, ‘연극계 성폭력 당연히 유죄다’, ‘친해서?? 호의로?? 딸 같아서??’라는 손 푯말을 들고 유죄 판결에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오씨는 항소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하고 법원 청사를 빠져나갔다.

검찰은 지난달 2일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청춘에 대한 갈망을 비뚤어지게 표현하고, 피해자의 사과 요구에 책임을 회피하는 등 피해자에게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오씨는 당시 최후진술에서 “이 나이에 이렇게 법정에 서게 돼 너무 힘들고 괴롭다. 제 인생에 마무리가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참담하고 삶 전체가 무너지는 것 같다”며 “현명한 판결을 소원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해 ‘깐부 할아버지’로 알려진 오씨는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2022년 1월 미국 골든글로브 TV 부문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