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운노조가 46년 동안 독점해 온 부산항 상용부두 정규직원 채용, 승진 후보자 추천권을 포기하기로 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22일 항만 관련 노사정이 ‘부산항 항만 인력공급 시스템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다고 21일 밝혔다. 협약에는 부산해양수산청, 부산고용노동청, 부산항운노조, 부산항만물류협회(항만하역사 대표), 부산항만산업협회(화물고정업 대표), 부산항만공사 등 6곳이 참여한다.
협약의 핵심은 부산항운노조의 채용, 승진 추천권 포기다. 부산항 상용부두에서는 터미널 운영사가 부산항운노조원을 직접 고용한다. 이 과정에서 부산항운노조 지부장은 고용주인 터미널 운영사에 신규 정규직원과 현장관리자인 반장 승진 후보자를 추천해왔다. 이는 1978년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 터미널인 부산항 자성대 부두가 생긴 이후 노조가 독점적으로 행사해 온 권한이다.
하지만 이 권한은 채용, 승진 비리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수년 간 일선 지부장이 추천권을 행사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는 등 고질적인 인사 비리가 이어졌다. 지난 2월에도 반장 승진을 원하는 노조원 2명에게 1억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전 지부장이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노조는 내부 자정 노력도 기울인다. 그동안 위원장이 전체 조합원 중 임의로 지부장을 지명했지만, 앞으로는 선출직인 대의원 중에서만 임명한다. 인사 비리로 금고형 이상을 받은 조합원은 영구 제명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한다. 현재는 인사 비리로 제명돼도, 5년이 지나면 복권이 가능하다.
부산항운노조 측은 “그동안 제도를 보완하고, 자정 노력을 했지만 비리 행위가 근절되지 않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인사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포기하고, 강력한 내부 개혁을 추진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류재형 부산해양수산청장은 “항만 근로자들은 부산항 개항 이래 150여년간 수출 강국 대한민국 최일선을 지켜온 산증인이다. 이런 명예가 인사 비리로 실추되는 일이 없도록 노사정이 힘을 모아 투명하고 공정한 항만 인력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