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사업을 위한 쌍방울의 거액 송금에 관여하고, 쌍방울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15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8일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징역 12년 및 벌금 10억원, 추징 3억3400여만원을 구형했다. 또 외국환 거래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또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에게는 “뇌물 공여,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징역 1년을, 업무상 배임, 횡령, 외국환거래법, 증거인멸교사, 범인도피 혐의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처해달라”며 총 징역 2년6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남북 분단의 현실에서 남북경협을 고리로 경기도와 쌍방울 그룹이 유착돼 저지른 정경유착 범행으로 매우 중한 사항”이라며 “이화영은 오랜기간 쌍방울 그룹과 스폰서 유착관계를 형성하면서 경기도 평화부지사, 킨텍스 대표로서 수억원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쌍방울에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북한에 지급하게 하고 범행이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쌍방울을 교사해 증거를 은폐했다”고 했다.
또 “이화영이 북한에 건넨 1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어떻게 사용됐을지 심히 우려된다”며 “조선노동당에 제공된 자금은 통치자금과 다를 바 없고,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안보를 위협하는 자금원이 됐을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또 이 전 부지사의 재판 태도를 두고, ‘사법방해 행위’라고 정의하면서 “재판이 끝나는 이순간까지도 반성의 기미도 없어 안타깝다. 선처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날 변호인은 “검찰은 이재명을 제거하기 위해 이화영을 대북송금 사건 주범으로 몰았다”며 “1980년 신군부의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처럼 후대에 이화영 대북송금 조작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변호인은 “본 변호인은 민주당원도 아니고 이재명 지지자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재명의 무죄를 주장한다”며 “이재명의 무죄가 대북송금 이화영의 무죄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자 재판을 지켜보던 방청객 3~4명은 갑자기 큰 소리로 박수를 쳤고, 재판장은 버럭하며 “재판을 방해하는 행위다. 한 번 더 이런 일이 생기면 퇴정을 명한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최후 진술에서 “이 사건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시키기 위한 수단과 도구에 불과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반드시 시간이 지난 후 재수사해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또 “내일 모레가 총선인데, 야당 지도자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혹독하게 탄압하는 검찰이 이제 그만 빠져주시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2019년 ‘도지사 방북 및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총 800만달러를 쌍방울로 하여금 북한 측에 대신 지급하게 한 혐의(외국환 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그는 또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등 수억원 대 금품을 제공받아 사용하고(뇌물), 자신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없애도록 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도 있다.
이날 구형은 지난 2022년 10월 기소된 후 1년 6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대납했다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 전 부지사의 아내 백모씨가 법정에서 “정신 차리라”며 고성을 지르고, 변호인들이 잇따라 사임하면서 재판은 한달 넘게 공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법관 기피신청을 내면서 77일간 재판이 지연됐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의 회유와 압박에 의해 진술한 것”이라며 대북송금 대납 보고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편, 이 전 부지사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6월 7일 오후 2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