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자동입력 반복) 프로그램을 이용해 허위로 초과 근무 수당을 받아챙긴 혐의로 기소된 부산시 공무원들에 대해 법원이 징역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되지만, 경미한 경우 선고를 미뤄 일정 기간 범죄를 짓지 않으면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부산지법 형사12단독 지현경 판사는 공전자기록 위·변작,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부산시 사무관(5급) A씨에게 징역 6개월 선고를 유예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에게 매크로 프로그램 설치와 사용법을 알려줘 허위로 초과 근무수당을 받도록 도와준 혐의(사기 방조 등)로 함께 기소된 부산시 서기관(4급) B씨에게는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2021년 1월~8월 총 136차례에 걸쳐 매크로를 이용해 부산시 행정포털시스템에 퇴근 시간을 허위로 입력, 초과근무수당 351여 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이용한 매크로는 컴퓨터를 켜놓고 매크로를 작동시킨 뒤 퇴근하면, 미리 설정해놓은 시간에 마우스 커서가 자동으로 움직여 행정포털시스템에서 ‘퇴근’을 클릭한 뒤 컴퓨터 종료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공무원 임용 동기인 B씨는 A씨가 초과근무시간을 대신 입력해 달라고 부탁하자 그의 컴퓨터에 매크로를 설치해주고 사용법을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죄책이 가볍지 않고, 범행을 축소하려고 허위 진술을 했다”면서도 “A씨가 부당 수령액과 가산징수금을 납부했고 B씨는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 없는 점, 피고인들이 30년간 공무원으로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정년퇴직을 앞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작년 12월에는 부산시 7급 공무원이 같은 수법으로 초과 근무수당 220만원가량을 받아챙겼다가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 공무원은 매크로를 통한 허위 입력을 방지하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인증시스템을 도입하자, 자동 인증 프로그램을 추가로 설치해 방지 프로그램도 뚫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부산시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 4명이 추가로 매크로를 이용해 부정 초과 근무수당을 받아간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허위로 초과 근무수당을 타낸 공무원들은 받은 돈의 5배를 가산징수금으로 내도록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