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8일 오후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어린이보호구역 내 인도로 돌진해 지나던 학생 4명을 덮쳐 9살 배승아양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전 서구 탄방중 인근 사고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배양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해 4월 대전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인도를 덮쳐 배승아(9)양을 치어 숨지게 한 60대 운전자에게 징역 12년 형이 확정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위험운전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방모(67)씨가 상고 제기 기간인 전날까지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징역 15년을 구형한 검찰도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방씨는 지난해 4월 8일 오후 2시 21분쯤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스쿨존 내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 길을 걷던 배양을 치어 숨지게 하고, 길을 지나던 9∼10세 어린이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방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웃도는 0.108%였다. 인도로 돌진할 당시 운전 속도는 시속 42㎞로, 법정 제한속도(30㎞)를 초과했다.

그는 이날 낮 12시 30분쯤 대전 중구 태평동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술자리를 한 뒤 거주지 인근 사고 지점까지 5.3㎞가량을 음주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씨는 앞서 1996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징역 12년을 선고하며 “피고인은 사고 직후 시민들이 달려와 보호 조치를 하는 와중에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등 만취 상태였다”면서 “친구가 사망하는 장면을 목격한 생존 피해자들은 ‘그날 거기에 가지 말자고 해야 했다’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등 외상후스트레스장애까지 겪고 있다”고 밝혔다.

1심 선고 후 검찰은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2심을 맡은 대전고법 형사3부(재판장 김병식)도 지난 16일 선고공판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아직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는 점과 피고인이 아파트를 처분하는 등 피해 회복 노력을 한 점을 모두 고려했다”면서 원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