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이날 오전 부산법조타운 인근에서 유튜버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A씨가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낮 도심에서 갈등을 빚던 50대 유튜버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유튜버 A씨가 범행 동기에 대해 “그동안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재판 당일 실시간 방송까지 해 혼내주려고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그는 범행 당시 “살해할 의도는 없었고,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도 주장했다.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50대 유튜버인 A씨는 지난 9일 오전 9시 50분쯤 부산 연제구 부산지법 앞 거리에서 실시간으로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던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A씨는 범행 후 1시간 40여 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미리 준비한 렌터카를 타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태연히 커피숍에 들러 아메리카노 커피를 사서 마시고,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 경주에서 검거됐다. 바다를 못 본 게 조금 아쉽다”는 내용의 글까지 쓴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서로 감정의 골이 깊었고, 내 재판 날 실시간 방송까지 하니까 혼을 내주기 위해 범행했다.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A씨와 B씨는 모두 유튜버로, 사생활과 관련한 건으로 갈등을 빚으며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상대에 대해 서로 비방하는 방송을 이어가며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범행 당일 A씨는 올해 초 B씨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폭행 사건 외에도 각각 상대에 대해 100여 건이 넘는 고소를 제기하는 등 지난 3년간 200여 건의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혐의는 모욕, 협박, 명예훼손, 폭행, 무고죄 등이었다.

피해자 B씨는 범행 당일 찍은 자신의 영상에서 A씨가 과거 서울 강북 미아리 폭력조직의 말단 조직원이었다고 주장했는데, 실제 A씨는 과거 이 조직의 일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미리 흉기를 구매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10일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1일 오후 2시 30분 부산지법에서 열린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