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 삼겹살’ ‘바가지요금’ 등으로 논란을 부른 제주에서, 한 유명 식당이 음식 가격을 인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식당 주인은 “제주는 물가가 비싸다는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어서 바로잡으려고 내렸다”고 말했다.
제주시 용담동 제주 토속 음식점인 A식당은 고등어구이(노르웨이산) 한 마리의 가격을 기존 1만2000원에서 1만원으로 내렸다. 이곳은 몸(모자반)국과 성게 미역국, 고사리 육개장 등 제주의 토속 음식을 판매하는 곳으로, 현지 주민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른바 ‘맛집’이다. 주인 김희선(60)씨는 “지난해부터 고등어 등 원재료를 납품받던 곳을, 개인에서 대형 도매 업체로 바꿨더니 500원가량 싸게 살 수 있었다”며 “500원을 가격에 반영하는 것을 고민하다가 이왕 내리는 거 손님들이 기분 좋을 정도로 내려야겠다는 생각에 2000원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제주시 중심가 다른 유명 식당들은 고등어구이 가격이 보통 1만3000원~1만5000원 수준이다. 김 대표는 “가격이 비싸다는 이미지는 관광으로 먹고사는 제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가격을 내리니까 손님들이 확실히 좋아한다. 관광 관련 업체들 모두가 나서서 나빠진 이미지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 식당은 성게 미역국과 고사리 육개장 등 다른 메뉴도 주변 식당들보다 1000~5000원가량 저렴하게 팔고 있다.
외식 물가가 치솟고 있는 요즘, 거꾸로 음식 값을 내리는 식당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전남 여수시 소호동의 한 소머리국밥 식당은 최근 주요 메뉴 가격을 20%쯤 낮췄다. 한우 소머리 국밥은 1만2000원에서 1만원, 한우 소머리 수육은 5만원에서 4만원으로 각각 인하했다. 장정남(59) 사장은 “고물가 시대에 서로 고통을 나누자는 뜻에서 가격을 내렸다”고 했다.
울산 북구 호계동의 유명 밀면 식당도 지난 3월부터 밀면 가격을 8000원에서 5000원으로 인하했다. 사장 박미화(56)씨는 “코로나 때처럼 모두가 어려운 고물가 시대이니, 어려운 손님들을 위해 밀면 값을 내렸다”고 했다. 가격을 맞추기 위해 주방장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이고, 남편과 아들을 투입했다. 이곳에선 하루 평균 밀면이 1000그릇 정도 팔린다.
외식 업계 관계자는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매출이 줄게 되니까 외식 업주들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가격 할인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시기에는 가격 인하라는 역발상이 오히려 위기를 넘기는 지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