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 편의를 위해 스마트팜 사업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 대가로 북한측에 800만 달러를 전달하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14일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김 전 회장의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징역 2년, 업무상배임과 횡령·외국환거래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쌍방울에 대한 특혜를 바라고 이화영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거액의 자금을 북한에 송금했다”며 “혐의가 중하기는 하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뉘우쳐 증거를 제출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해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노력한 사정, 쌍방울 그룹 자금 횡령 등 추가 구형이 예정돼 있는 점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은 대부분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이 전 부지사가 킨텍스 대표이사로 재임하던 당시 제공된 법인카드 등은 직무관련성 등 대가 관계가 없었으며, 경기도를 대신 해 북한에 낸 800만 달러는 금융제재 대상에 해당하는 ‘북한 조선노동당’에 보낸 게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변호인은 “법인카드 제공 등은 공무원의 직무와의 대가 관계가 아니라, 이화영과의 오래된 친분 관계에서 비롯됐음을 참작해달라”며 “800만불 대납도 외국환거래법 위반사항에 불과할 뿐, 공무원의 직무행위, 정치자금 제공과의 관련성이 없다”고 했다. 변호인은 또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인해 개인 자산의 손실을 입었을 뿐, 어떠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없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잘못을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다”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선처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들이 제가 의도한 게 아니었다”며 “이 사건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사건부터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그는 “제가 검찰에 협조한 게 아니고, 저희 (쌍방울 그룹)직원 열 몇 명이 구속된 상태에서 제가 거짓말을 해선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수많은 곳에서 절 조사해 탈탈 털고 또 털었다”고도 했다. 김 전 회장은 “그 당시에는 전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과 반대로 미국의 (북한)제재가 풀렸으면(어땠을까) 그런 원망도 많이 해봤다”며 “이화영씨와 저는 20년간 형·동생했는데,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관련된 모든 사건의 책임은 저에게 있다. 방용철(쌍방울 부회장)이나 직원 등은 선처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4년 동안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그룹의 법인카드와 법인차량을 제공하고,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3억3400여만원의 정치자금 및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이 전 부지사의 부탁을 받고 2019년 경기도가 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 300만 달러를 대신 북한에 낸 혐의(외국환거래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도 받는다. 그는 지난해 1월 구속 기소됐으며, 올해 1월 보석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뇌물 수수 혐의 재판도 맡고 있는데, 이 전 부지사의 1심 선고가 다음달 7일 예정됨에 따라 김 전 회장의 혐의를 분리하기로 하고, 이날 변론을 종결했다. 선고는 오는 7월 12일 이뤄진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그룹의 5개 페이퍼컴퍼니 자금 538억원을 횡령하고, 그룹 계열사에 약 11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한 혐의(배임)도 받고 있는데, 이 혐의는 추후에 계속 심리를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