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청암재단은 10일 40대 투신시도자를 구한 김은우 양을 포스코히어로즈로 선정하고 상패와 장학금을 전달했다. 왼쪽부터 오영달 포스코청암재단 상임이사, 김은우 양, 오상환 포항중앙여고 교장. /포스코청암재단

“지난 5월 12일 밤 9시, 평소처럼 학원에서 자율학습을 마치고 친구랑 놀다가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어요. 내려야 할 버스정류장보다 한 정거장 먼저 내려 형산강 다리를 건너던 중이었는데, 다리에서 투신을 시도하려던 남성을 구조하게 되면서 저에겐 잊을 수 없는 날이 된 거죠.”

형산강 연일대교에서 투신 시도한 40대 남성을 구한 포항중앙여고 3학년 김은우(18)양의 이야기다.

11일 경찰과 경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당시 귀가를 위해 포항 형산강 연일대교를 도보로 건너던 김 양은 강으로 뛰어내리기 위해 다리 난간을 넘어가려던 40대 남성 A씨를 발견했다.

이후 김 양은 즉시 A씨가 강으로 뛰어내리지 못하게 팔을 붙잡은 후 경북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로 신고했다.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3분여 동안 김 양은 필사적으로 A씨의 팔을 붙잡고 “제발 살아달라”고 설득했다. 김 양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A씨는 이후 도착한 경찰에게 무사히 구조됐다.

포스코청암재단은 지난 10일 이 같은 공로로 소중한 생명을 구한 김 양을 ‘포스코히어로즈’로 선정하고, 상패와 장학금을 전달했다고 11일 밝혔다.

포스코히어로즈펠로십은 2019년부터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자신을 희생한 의인이나 의인의 자녀가 안정적으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까지 총 98명의 포스코히어로즈가 선정됐다.

2024 포스코히어로즈에 선정된 포항중앙여고 3학년 김은우양. /포스코청암재단

◆경북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재된 김은우 양의 글

그날 처음 마주친 아저씨는 다리 위에서 흡연을 하고 있었고, 그곳에서 그렇게 쉬다 가는 행인들이 많으니 별 다른 생각 없이 지나쳤어요. 그러다 다리를 다 건너갈 때 쯤, 아저씨가 내쉰 깊은 한숨이 생각나 발길을 돌리게 됐고, 아저씨가 난간 바깥에 서서 두 팔을 난간에 걸치고 팔만 놓으면 떨어지는 자세로 서 있는 걸 발견하게 된 거예요.

뉴스에서나 보던 상황을 직접 맞닥뜨리게 되니 무섭고 손이 덜덜 떨릴 만큼 긴장됐지만, 왜인지 모르지만 마음보다 몸이 더 앞섰어요.

당시 무선 이어폰을 끼고 있던 저는 바로 112에 전화를 걸고 뛰어가 휴대전화와 가방을 바닥에 내던졌고, 곧장 아저씨의 팔을 붙잡고 ‘제발 이야기 하자’, ‘뛰어내리시면 안 된다’고 계속 외쳤어요. 그때 도로 반대편에서 지나가던 여학생 두 명도 이 상황을 보고 달려와 함께 말려주었어요.

아저씨는 뛰어내리지 않을 테니 팔을 놓으라며 저항했고, 팔을 놓게 된다면 그 후의 일은 상상하기 싫었기에 있는 더욱 힘껏 붙들었어요. 너무 긴장해서인지 팔을 부여잡는 과정에서 식은땀이 나 자꾸만 미끄러졌고, 아저씨가 정말 떨어질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였어요.

그러다 마침 지나가던 어르신도 합세해 아저씨를 설득해 난간 안쪽으로 끌어내리는데 성공했고, 그로부터 약 1분 후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112에 신고를 하고 경찰관이 도착하기까지 3분의 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어요. 아저씨를 무조건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어요. 제가 그분께 어떤 이야기를 해서 설득을 하기 보단,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아는 사람은 아니라도 타인에게 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놓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이에요. 주관적이지만 저의 실제 경험이기도 하고요.

집에 돌아오던 길,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드렸고, 어머니 목소리를 들으니 저도 그제서야 안도가 되어 펑펑 눈물이 나더라고요. 칭찬과 함께 걱정이 섞인 잔소리를 듣기는 했지만요.

친구들은 제가 경북경찰청에 가서 표창장을 받고 온 후에 제대로 된 상황을 알게 됐고, 귀가 닳도록 좋은 말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선생님들께도 유명인사가 되어 평생 받을 칭찬을 다 받은 것 같아요.

사실 그런 상황을 겪게 되면 사람을 살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내심 정말 많이 놀랐어요. 그리고 현장에서 함께 도와줬던 여학생 두 명도 상을 받았다면 좋았을 텐데, 같이 용기 내줘서 정말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세상에는 나를 위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 울며 사력을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각박한 요즘 세상에 한줄기 빛을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선행이 돌고 돌아서 결국 나만 혼자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저도 얼마 전까지 우울감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나를 아껴주고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있는 건 결국 나 자신 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죽고 싶고 모든 걸 포기할 결심이 선 날이 온다면 그 하루만 더 살아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갈 이유를 억지로라도 붙이다 보면 정말 살고 싶은 날이 오게 될 거예요.

경북경찰청은 지난달 14일 김은우양에게 자살기도자를 생명을 구조한 공로로 표창장을 수여했다. 왼쪽부터 모덕종 포항중앙여자고 교감, 김은우양, 김철문 경북경찰청장, 김말수 112치안종합상황실장. /경북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