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명시 서면초등학교 6학년 장원준(13) 군은 지난 8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탐조회원 30여명과 함께 경북 안동호를 찾았다. 안동댐에서 선박으로 약 30분 거리에 떠있는 인공 모래섬을 방문해 번식 중인 바닷새 쇠제비갈매기를 촬영하는 게 목적이었다.
이날 장 군은 바람에 일렁거리는 배 위에서 호흡을 멈춘 뒤 자신의 망원카메라로 새들을 촬영했다. 수동으로 촬영한 장 군의 사진을 두고 어른 탐조회원들은 “역동적이고 생생한 장면이라서 출품해도 될 작품”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2년 전부터 집 주변의 새들을 촬영하기 시작한 장 군은 조류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장 군은 “안동호의 쇠제비갈매기가 사람들과 공생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경북 안동시가 안동호의 섬에 설치한 탐조시설에 전국에서 새들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언론인 단체, 문인협회, 서울지역 탐조인 모임 등 30~40명씩 단체 관광객이 연이어 찾았다. 현재까지 쇠제비갈매기 서식지를 방문한 관광객은 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안동시는 쇠제비갈매기들의 관광자원화를 위해 지난해 환경부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으로 4억3000만원을 투입해 탐조대, 생태 탐방로 등 인프라 시설을 완공했다. 서식지와 300m 떨어진 섬에 설치해 좀 더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 탐조용 고배율 관찰 망원경 3개와 생태해설판, 수목표시판, 종합안내판 등을 설치하고 꽃과 나무도 심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쇠제비갈매기는 올해도 안동호 인공모래섬을 찾아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등 안정적인 서식활동을 하고 있다. 이곳을 찾아 번식하는 햇수가 벌써 12년째다. 안동시가 생태관찰용 무인카메라로 확인한 결과 4월 무리가 찾아왔고, 짝짓기와 둥지 틀기 등을 거쳐 최근 모두 62마리의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는 등 120여 마리의 서식이 확인됐다.
안동시는 쇠제비갈매기 서식지에 수리부엉이로부터 새끼를 보호할 은신처용 파이프, 수달의 습격을 막기 위해 인공섬 둘레에 강판 담장도 설치했다.
주로 바닷가 모래밭에 서식하는 쇠제비갈매기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날아와, 3~7월 사이 한국과 일본 등에 서식하는 여름철새다. 2013년 안동호에 처음 나타났다. 하지만 2019년부터 댐 수위가 상승해 기존 서식지가 물에 잠기자 안동시와 환경부는 2020년과 2021년에 영구적 인공모래섬 2개를 설치해 안정적인 서식을 도왔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이제 안동 명물이 된 쇠제비갈매기의 서식지를 지속적으로 보호하고, 앞으로 추가적인 생태탐방 인프라를 보강해 생태관광 자원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