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울산시의회 의원들이 의장실에서 제8대 울산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 과정의 '무효표' 논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울산시의회의 하반기 의장 자리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부 갈등을 벌이다 소송전으로 번졌다. 의장직을 둘러싼 소송은 1991년 4월 울산시의회 개원 이래 33년 만에 처음이다. 의장 선거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자 “시민은 뒷전이고 자리 싸움만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울산시의회와 의원들에 따르면 국민의힘 안수일 시의원은 시의회를 상대로 의장 선출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안 의원은 소장에서 “시의회 규정대로라면 무효인 표가 유효표가 되는 바람에 다수표를 얻었지만 의장직을 수행하지 못하는 위법하고 부당한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울산시의회는 지난달 25일 후반기 시의장을 뽑는 선거를 했다. 당시 선거에선 안 의원과 국민의힘 이성룡 의원이 출마했고, 공교롭게도 두 후보 모두 1·2차 투표에 이은 결선 투표까지 11:11로 똑같은 표를 받았다. 울산시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결선 투표에서 이 의원의 이름 아래 기표란에 2번 기표한 것으로 보이는 투표 용지가 발견되면서 유효·무효 판단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투표장에 비치된 표결 처리 안내 문서에 관련 규정이 없자 의회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해 2번 기표된 표도 유효표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결선투표 결과 득표수가 같을 때는 최다선 의원을 당선자로 한다’는 의회 규정에 따라 이 후보가 의장으로 당선됐다.

그런데 의회 사무처는 뒤늦게 울산시의회 선거 규정에 ‘같은 후보자란에 2개 이상 기표된 것은 무효’라는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안 의원은 이를 근거로 선거 결과를 정정해야 한다고 이의를 신청했고, 김기환 전 울산시의장이 지난달 28일 임시회에서 “안 의원이 후반기 의장으로 결정됐다”고 표결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울산시의회 사무처는 이날 오후 김 의장의 발표는 “의결을 위한 요건을 갖추지 않아 법적 효력이 없다”며 “의장 개인의 의견에 불과하다”는 입장문을 냈고, 다시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다”며 입장문을 회수했다. 그러는 사이 1일 하반기 의회가 개원하면서 이성룡 의장은 의장실로 짐을 옮겼고, 안 의원은 의장 선출 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접수했다.

이번 의장 선거 파동을 두고 울산시의회 사무처의 미숙한 행정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무처 의정담당관은 투표장에 ‘울산시의회 선거 관리 규정’을 비치하지 않고, 지난 7대 울산시의회에서 사용한 선거 안내 자료를 비치해 관련 규정이 빠진 안내문이 의원들에게 제공됐다.

한 울산시의원은 “사무처가 내부 규정을 의원들에게 명확하게 안내했다면 사태를 이렇게 키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 한 고위 공무원은 “이번 선거가 과열 경쟁이 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이 된 일”이라며 “담당 공무원들이나 의원들이 사전에 준비를 제대로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당 울산시당도 이날 “코로나 때보다 경기가 안 좋은 지금 시의회는 110만 시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는 자리싸움을 하고 있다”며 “민생부터 챙겨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방의회 의장은 2022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의회 직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자치단체 의전 서열 2위로, 각종 행사에서 이름을 알리기에도 좋아 자치단체장으로 가는 데 좋은 발판이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울산시의장의 업무추진비는 연간 5280만원(월 440만원)으로 관용차(카니발 SUV)와 운전기사, 비서실장, 수행비서 등이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