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오전 경남 의령군 한 저수지 둘레길. ‘우~웅, 윙’ 소리를 내며 드론 2대가 차례로 날아올랐다. 경남경찰청 ‘안전 드림 324 드론 순찰대’가 운용하는 드론이다. 논밭과 비닐하우스, 하천 등 9m 상공을 선회하던 드론은 40여 분 뒤 빨간색 꽃밭 사진을 전송했다. “어, 저거 양귀비 아이가?” 강성우 드론순찰대 팀장은 드론의 비행고도를 지상 1m 높이로 낮췄다. “양귀비 맞네.” 드론 순찰대원 5명은 곧바로 출동해 현장을 덮쳤다. 꽃 크기와 솜털, 열매 모양 등이 양귀비였다. 순찰대는 양귀비 30그루를 몰래 키운 60대 농민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강 팀장은 “외진 곳에서 밀경작하는 양귀비는 드론 아니면 적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드론 순찰대’가 활약하고 있다. 7월 기준 전국의 경찰청이 운용 중인 드론은 152대. 양귀비를 몰래 키우는 농가를 적발하기도 하고 실종자를 찾기도 한다. 경찰관이 없는 섬에서는 드론이 파출소장이다.
전남자치경찰위원회는 고흥경찰서, 고흥군 등과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고흥 드론 합동 순찰대’를 운용하고 있다. 경찰 1명과 군청 직원 1명이 2인 1조로 움직인다. 고흥에는 유인도 23개를 포함해 206개 섬이 있다. 이 중 12개 유인도에 경찰관이 없다. 섬 양식장 절도 예방과 해양 쓰레기 투기 방지, 낚시꾼 보호 등 임무에 드론을 투입한다.
고흥 드론 순찰대는 1억5000만원짜리 대형 드론 1대와 소형 드론 2대를 보유하고 있다. 야간 순찰을 위해 열화상·적외선 카메라와 탐조등 등을 달았다.
순찰은 자동으로 한다. 섬과 가까운 육지에 대형 드론을 싣고 가 순찰 경로를 입력하면 스스로 하늘을 날며 순찰한다. 2시간 정도 비행하면서 반경 12㎞ 안에 있는 섬을 순찰할 수 있다. 지난 4월에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가파른 벼랑 위에서 양귀비 38그루를 몰래 키우는 농가를 적발했다. 박하은 전남자치경찰 치안기획팀장은 “경찰관이 없는 섬에서는 드론으로 ‘섬 지역 맞춤형’ 치안 활동을 할 수 있다”며 “섬이 많은 서해안과 남해안 지역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했다.
실종자 수색에도 드론의 활약이 돋보인다. 지난 4월 1일 제주경찰청에 60대 남성 A씨가 고사리를 캐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A씨 집 주변의 방범 카메라 영상을 분석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동선은 오리무중이었다. 경찰과 소방이 나서 수색을 했지만 워낙 범위가 넓어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 그러던 4월 4일 드론 순찰대가 A씨의 트럭을 찾아냈고, 그 다음 날 트럭 인근 가시덩굴 속에서 숨져 있는 A씨를 발견했다.
경북 포항시 남구에 사는 지적장애인 하모(46)씨는 지난해 9월 1일 사라졌다. 경찰은 실종 전담팀을 꾸리고 수색 작업에 나섰다. 실종된 지 6일째. 200여 명이 현장에 투입됐지만 종적이 끊긴 하씨를 발견한 건 드론이었다. 드론이 야산 풀숲에 쓰러진 하씨의 미세한 팔 움직임을 포착한 것이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드론이 아니었으면 하씨는 사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론은 갯벌에서 인명 사고 예방에도 활용된다. “밀물이 시작됐으니, 갯벌 활동을 하는 분들은 안전 구역으로 이동하시길 바랍니다.”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 인천시 중구 무의도 상공에 드론 한 대가 ‘윙’ 소리를 내며 등장했다. 갯벌 사고를 막기 위해 인천시가 지난 4월부터 투입한 ‘갯벌 순찰 드론’이었다. 이 드론에는 물때를 알려주는 스피커와 열화상 카메라, 위성항법장치(GPS), 탐조등 등이 장착돼 있다.
밀물이 시작됐는데도 계속 조개를 캐는 사람들이 있으면 안내 방송을 하고 탐조등을 비춰 대피를 유도한다. 열화상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바위 뒤에 숨어 있는 사람도 찾을 수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첨단 장비로 무장해 도입 이후 인명 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