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로고. /조선일보 DB

생후 15개월 된 아이를 상대로 ‘기를 꺾어주겠다’며 지속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친모와 공범인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3부(재판장 김병식)는 9일 아동학대 치사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친모 A(29)씨와 공범인 30대 남성 B씨에게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 등을 명령했다. 또 다른 공범 C(여·27)씨에게는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서 징역 20년형이 선고된 A·B씨,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C씨 등이 각각 ‘형이 너무 무겁다’며 제기한 항소를 재판부가 받아들여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아동학대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 치사이고, 양형 기준상 가중 영역은 징역 7∼15년이다. 양형 기준과 유사사례를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며 “친모 A씨는 범행 전 보호자로서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최소한의 의지와 모성애를 보였고, 범행 자백 후에 피해자를 그리워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미혼모 A씨는 지난해 8월 말부터 동거남의 가정폭력을 피해서 B씨 집에서 돌이 갓 지난 생후 15개월 된 아들과 함께 생활해 왔다. A씨가 아이를 훈육하는 모습을 보고 B씨와 C씨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기를 꺾어주겠다”며 함께 아이를 때리기로 공모했다. 아이가 잠을 안 자고 보채거나, 낮잠을 오래 잔다는 이유로 행한 폭행은 한 달여 동안 이어졌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아이 허벅지 등을 집중적으로 때렸다.

지난해 10월 4일 새벽 아이가 잠에서 깨서 보챈다는 이유로 A씨가 아이 얼굴을 수 차례 때리는 것을 본 B씨는 폭행에 가담, 기저귀가 터지고 구둣주걱이 부러질 정도로 아이를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같은 날 오후 2시쯤 아이가 숨을 고르게 쉬지 못하고 동공이 확장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음에도 1시간 넘게 방치했고, 뒤늦게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아이는 결국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외상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사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