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평택시 포승읍 전기차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이동식 소화수조를 이용해 불을 끄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경기 평택에서 주행 중이던 전기차가 도로 경계석과 충돌했다. 사고 직후 차량에 불이 났고 화재 진압 과정에서 운전자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기차 배터리가 잇따라 폭발하면서 불을 끄는 데 4시간이 걸렸다.

9일 경기 평택경찰서 등에 따르면, 8일 오후 7시 41분쯤 평택시 포승읍의 한 도로를 달리던 기아 EV6 전기차가 도로와 인도를 구분하는 약 30㎝ 높이 경계석을 들이받았다. 충돌 직후 차량에 불이 났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차량 내부에 있던 운전자를 구조했으나 전신 화상을 입고 숨진 상태였다.

이 화재로 차량은 차체 앞부분과 내부가 완전히 불탔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차량은 렌터카로, 운전자는 4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출동했을 때 운전자는 조수석 쪽으로 상체가 기울어진 채 숨져 있었다”며 “사고 당시 운전자가 탈출을 시도했는지 등은 부검 결과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차량에 장착된 리튬이온 배터리가 잇따라 폭발하면서 화재 진압에 애를 먹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오후 7시 59분과 8시 10분 두 차례 차량 배터리에서 ‘열 폭주’ 현상이 발생했다. 차량 바닥에 리튬이온 배터리가 여러개 장착돼 있는데 이 배터리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소방 당국은 결국 이동식 수조에 화재 차량을 넣어 불을 껐다. 불이 난 지 4시간 만인 오후 11시 34분쯤이었다.

이번 사고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경계석에 부딪혔다고 저렇게 불이 나면 불안해서 전기차를 어떻게 타느냐”는 말이 나왔다. 전기차 화재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 24건이었던 전기차 화재는 지난해 72건으로 2년 만에 3배가 됐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전기차 화재 139건을 분석해보니 운행 중 발생한 화재가 68건(49%)으로 절반 가까이 됐다. 주차 중에 발생한 화재도 36건(26%)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