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경기 양평군에서 보이스피싱 수거책이 피해자를 만나 현금 약 2000만원을 건네받고 있다. /동영상 캡처

“정상적인 은행 직원이라면 돈을 받은 사실을 부인할 이유가 없겠죠. 바로 보이스피싱이라 짐작해 112에 신고했습니다.”

지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유인당해 현금을 건네는 현장에 함께 나갔던 50대 시민이 용의자를 검거했다.

경기 양평경찰서(서장 김기동)는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을 검거한 시민 A씨에게 표창장과 범인 검거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인 50대 여성 B씨는 지난달 저금리 대환대출을 소개하는 전화를 받았다. 상대방은 “새로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대출금 2070만원을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며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다.

평소 B씨와 알고 지내던 A씨는 미심쩍다는 얘기를 듣고 자기 차량으로 약속장소인 양평군의 한 편의점으로 동행했다. B씨는 수거책인 30대 남성 C씨에게 현금 2070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A씨는 은행원에 어울리지 않는 복장에다 고액의 현금을 받고 걸어서 이동하는 남성의 모습을 주시했다.

또 피해자 B씨와 함께 차량에서 상담원과의 통화 내용을 스피커폰으로 듣고 보이스피싱을 확신했다. 그는 C씨를 뒤쫓아 도로에서 붙잡았다. A씨는 “돈 받았어”라는 질문에 상대가 발뺌하자 곧바로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수거책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H은행 대출상담사를 사칭해 불특정 다수에게 싼 이자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또 속은 피해자 B씨가 추가 대출을 문의하자, 조직원이 K은행 대출상담사로 사칭해 ”기존 대출을 현금으로 상환해야 카드론 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수거책 C씨를 검거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기 이천, 전북 정읍, 광주광역시에서도 유사한 수법으로 피해자들로부터 1500만~2100만원을 받은 것을 밝혀내고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B씨를 유인해 현금을 건네받고, A씨가 수거책을 검거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도 공개했다.

경기 양평경찰서가 지난 5월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추적해 검거하는데 기여한 50대 시민을 표창했다. /경기남부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