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호우가 중부지역을 휩쓸던 지난 18일 오전 9시30분 쯤 평택시에도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평택시 남부권의 도로 유지보수 용역을 맡고 있는 대기토건 직원들은 담당 구역을 돌며 예비순찰에 분주했다. 그런데 세교동 세교지하차도 바닥의 침수가 심상치 않았다. 하부에 설치된 집수정의 수위에 맞춰 펌프 4대가 단계적으로 가동되지만 발목 높이까지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이 업체 직원 4명은 곧바로 평소 훈련 내용과 매뉴얼대로 ‘선 조치, 후 보고’ 지침에 따라 출입 통제에 나섰다. 서둘러 길이 760m, 왕복 4차로 지하차도를 비우고 양쪽 입구에 출입통제 표시 전광판이 달린 사인카를 한 대씩 배치했다. 지하도 입구에는 ‘출입금지’ 테이프도 둘렀다. 당시 대기하고 있던 차량 40여대도 통제에 따랐다. 9시40분쯤 차단조치가 완료됐다.
그런데 불과 20분만인 10시쯤 지하차도는 완전히 물에 잠겨 버렸다. 약 300m 근처의 하천인 도일천이 범람해 주변 농경지의 물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지난해 청주 오송지하차도와 유사한 재난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신속한 판단과 대응으로 참사를 막은 평택시와 관리업체 직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평택시에 따르면 이날 새벽 2시30분 호우주의보가 발령되자 도로관리과 도로정비팀 직원 6명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또 용역업체들과 공조해 15개 지하차도를 중심으로 감시카메라(CCTV) 화면을 확인하며 예찰 활동에 나섰다. 특히 세교지하차도는 규모가 컸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였다. 이곳은 자동 진입차단 시설도 정상 가동을 시작하기 전이었다.
도로관리과 조병훈 주무관은 “오전 6시30분 호우경보로 격상되고 8시쯤에는 빗줄기가 굵어져 용역업체 직원 4명을 세교지하차도에 배치했다”며 “밀려든 강물이 6만톤이나 되는데 철저히 대비한 덕분에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택시는 밤샘 작업을 거쳐 19일 오전 11시10분쯤에야 배수 작업을 완료했다. 토사 제거와 청소, 전기·펌프시설 정비 등을 마치고 20일쯤 다시 개통 예정이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작년 오송 참사 이후 호우예비특보 발효 시부터 지하차도 진입 차단 훈련을 10여 차례 실시하는 등 체계적으로 대비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18일 저녁 현장을 방문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19일 경기도 지역 기관장 등이 참석한 기우회(畿友會) 월례회에서 “오송 지하차도 사고의 재판이 될 뻔 했는데 평택시에서 빨리 조치를 하고, 사전 차단을 해서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