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제프쿤스의 '풍선 개(Ballon Dog·2021)'. /울산시립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의 ‘반구천에서 어반 아트(Urban art)로’ 전시 관람객이 2만명을 돌파했다. 어반 아트는 1970년대 미국 뉴욕의 사우스 브롱스(Bronx)지역의 그라피티(벽화)에서 시작된 거리 예술이다. 거대한 벽에 스프레이나 물감 등으로 글자나 그림을 표현한 그라피티는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퍼포먼스, 미디어 파사드 작품, 공공예술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허정선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사는 “날이 더우니 미술관에서 시원하게 시간을 보내는 ‘미캉스’를 즐기는 분들이 늘었다”며 “방학을 맞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려는 시민들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립미술관에서 세계적 그라피티 작가인 미국의 존원(Jonone)이 지난 6월 27일 '뉴반구천'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울산시립미술관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미국 대표 그라피티 작가인 존원(JonOne)의 ‘뉴반구천’이 관람객을 맞는다. 캔버스 폭과 길이만 각각 9m, 3.2m에 달하는 이 그림은 존원이 직접 울산시립미술관을 찾아 완성한 작품이다. 당시 그가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바닥에 깔린 하얀색 캔버스와 싼타페 차량에 큰 붓으로 물감을 뿌려 작품을 완성해가는 모습은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작품 옆에서 재생되고 있다.

프랑스 우표로도 만들어진 그의 작품 ‘자유, 평등, 박애’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프랑스혁명 당시 총과 깃발을 든 여성을 표현한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1830) 속 일부를 파랑, 노랑, 빨강 등 자신만의 색채로 신선하고 발랄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존원은 뉴욕 할렘에서 1963년 태어나 17세부터 스프레이 캔을 들고 거리를 누비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나 1987년 프랑스 그라피티 예술가인 반도(Bando)의 초대로 파리에 방문한 이후 프랑스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2015년엔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상했다.

전시중인 존원의 대표작 '자유, 평등, 박애(2015)' /울산시립미술관

이번 전시에선 존원 외에도 그라피티의 1세대 작가로 불리는 미국 작가 크래쉬(CRASH),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로 이름을 알린 미국의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 프랑스 작가로 샤넬이나 셸, LG 등 다국적 기업의 브랜드 로고를 물감이 흘러내리듯 표현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을 표현한 제우스(Zevs)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고양이 캐릭터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켜 표현한 스위스 작가 무슈샤(M.Chat)는 울산초등학교 학생 200여명과 지난 3월부터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완성한 작품을 선보인다.

생존 작가 중 작품 값이 가장 비싸다고 알려진 미국의 설치미술가인 제프 쿤스의 ‘풍선 개(Balloon Dog)’ 소품 몇 점도 만날 수 있다.

허정선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사가 21일 전시 대표작 중 하나인 빌스의 '층 시리즈(2020)'를 설명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미술관 측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대표작은 포르투갈 태생의 빌스(Vhils)의 작품. 그는 주택 철거 현장에서 구한 건물벽이나 나무문, 철문 등 다양한 재료를 폭약을 이용해 폭발시키거나 표면을 긁어내는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사람의 얼굴 표정을 그려낸다. 허정선 학예사는 “빌스가 긁거나 새기는 다양한 표현기법들은 과거 반구대 암각화를 남긴 선조들의 표현기법과 비슷한 면이 있다”며 “이번 전시가 현대미술의 다양한 매력을 느끼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27일까지 열린다.

전시중인 셰퍼드 페어리의 '검게 칠하다' 등 2019년 작품들. /울산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