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경로당 농약커피 음독사건이 발생한지가 67일째를 맞고 있다. 누군가 고의로 농약을 커피에 탄 것으로 추정되지만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3차례나 지연되면서 지역 민심은 뒤숭숭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15일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에서 농약이 든 커피를 마신 할머니 4명이 쓰러졌고, 3일 뒤엔 또다른 할머니 1명이 농약중독 증세로 입원 치료 도중 숨졌다. 1명은 아직도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농약 음독 사건이 발생한 봉화 내성 4리 경로당 앞에 두 달 넘게 붙어 있는 노란색 출입 금지 테이프는 이젠 색이 변할 정도다. 마을 주민 박모(62)씨는 “경찰이 하루 빨리 수사 결과를 발표해야 주민 불안감이 해소되는데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경찰은 “피의자 1명을 특정했다. 9월 중 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사건 발생 45일 후인 지난 8월 말 전까지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9월 13일 추석 전에 발표를 하려다가 미루고, 최근엔 이달 말 전까지 발표하겠다고 한다.
수사 결과 발표가 3차례나 지연되자 누구보다 피해자와 가족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퇴원한 3명의 피해 할머니들은 오랫동안 산소호흡기로 치료를 받은 탓에 기도 등의 후유증에다 불안감까지 호소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못 하고 있다.
음독 피해자의 남편 A씨는 “집 사람이 퇴원한 후에도 가슴이 자꾸 아프다고 하고, 불안에 떨거나 자살 충동 증세도 나타날 정도로 우울증이 심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음독 피해자의 남편 B씨는 추석 전 봉화경찰서를 찾아 누가 범인인지, 왜 커피에 농액을 넣었는지 조속히 발표해 달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그는 “아내가 식사를 거의 못 하고 있고 무서워서 외출도 못하고 있다”며 “경찰이 범인을 왜 발표하지 않는 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현재 피의자가 누구인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국과수에 보낸 증거 자료 가운데 최종 자료가 나오는 대로 곧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경북경찰청은 사건 관련자 129명을 조사한 데 이어 현장 주변 94곳에서 확보한 방범카메라(CCTV)와 블랙박스 영상 등을 분석하고, 현장 감식에서 채취한 467점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