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의 호텔 객실이 까맣게 타 있다. /뉴스1


7명이 숨진 경기 부천 호텔 화재사고는 처음 화재가 발생한 객실의 에어컨 실내기와 실외기를 연결하는 전선의 부식 때문에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가 나왔다.

23일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국과수는 불길이 시작된 810호 객실의 벽걸이형 에어컨 실내기와 실외기를 연결하는 전선에서 ‘아산화동(亞酸化銅) 증식에 의한 발열 현상’을 나타내는 흔적이 발견됐다는 정밀 감정 결과를 최근 경찰에 전달했다.

아산화동 증식에 의한 발열이란 전선과 단자 사이에 접속 불량이 발생하면서 부식돼 구리의 산화 및 발열이 일어나는 현상을 뜻한다. 경찰은 에어컨 실내기와 실외기 연결 전선이 부실해 내부에 습기가 차면서 부식을 일으켰거나, 전선이 노후해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22일 오후 7시 34분쯤 부천 중동의 한 호텔에서 발생해 사망 7명, 부상 12명 등 19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소방 당국은 810호 에어컨에서 전기적 문제로 발생한 불꽃이 침대 매트리스와 소파 등에 튀어 불길이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불길이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내부에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진 데다가 객실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컸다. 경찰은 업주와 당시 근무한 종업원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