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주민들이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고 있는 생태문화해설·숲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저지리는 저지오름과 저지곶자왈을 중심으로 탐방로·환경정비 사업, 어린이 환경 체험, 희귀 식물인 백서향 증식·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저지리

제주도가 시행하고 있는 생태계서비스지불제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주민이나 토지소유자가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증진 활동을 하는 경우 보상하는 제도다. 자연을 통해 얻는 각종 혜택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지역이나 생태우수지역의 지속가능한 활용을 위해 추진한 것이다. 이전까지 제주지역 고유의 숲지대인 ‘곶자왈’ 등 우수한 자연환경 정비는 마을이 자발적으로 나섰지만, 자부담으로 진행되면서 한계를 겪어왔다. 그러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시행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맺고 생태계 보호 활동을 펼치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조례를 제정하고 9개 마을에서 시범 운영했다. 올해에는 19개 마을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올해 19개 시범마을을 모집하는데 50여개 마을이 신청하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올해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마을은 Δ산양리 Δ저지리 Δ행원리 Δ덕천리 Δ송당리 Δ도순동 Δ호근동 Δ덕수리 Δ서광동리 Δ화순리 Δ수산2리 Δ신풍리 Δ오조리 Δ하례1리 Δ하례2리 Δ의귀리 Δ수망리 Δ신평리 Δ일과1리 등 19곳이다.

이 마을들은 곶자왈 숲조성 사업, 오름 탐방로 설치 및 정비, 곶자왈 및 오름 정비, 하천 일대 숲길 조성 및 탐방 해설, 습지 환경정비,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등 마을별 특화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는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사업으로 제주올레 2코스 식산봉의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 등 환경정비 활동과 연안습지 정비·관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회 10~20명의 주민들이 참여해 현재까지 참여인원은 750여명에 이르고 있다. 마을만들기 사업 교육 이수자와 지역 내 저소득층 주민이 우선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는 저지오름과 저지곶자왈을 중심으로 탐방로 및 환경정비 사업, 어린이 환경 체험, 희귀 식물인 백서향 증식 및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전에는 마을 청년회가 자발적으로 제초작업을 하는 정도였으나, 생태계서비스지불제가 시행되면서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경제적으로도 보탬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생태관광과도 연계하고 있다. 현재 동백동산 습지, 저지곶자왈과 저지오름, 효돈천과 하례리, 평대리 4곳을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이처럼 제주에서 시작된 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올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32개 지자체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의 순항을 위한 과제로 ‘재원’과 ‘경제적 가치 책정’ 등이 꼽히고 있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현재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면 재원에 한계가 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시범사업에는 9개 마을을 대상으로 3억원이 투자됐는데, 올해는 19개 마을로 늘어났지만 예산은 4억원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오조리는 올해 생태계서비스 사업을 확대해 신청했지만 배정된 예산은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의 참여와 이용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지불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생태계서비스지불제 토론회에서 윤익준 대구대학교 교수는 “기업들이 직접 지역 주민들과 (생태계서비스)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생태계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 양자가 만족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상운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생태계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서비스를 받지도 않는 우리가 세금을 내는 것은 정의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자연을 보존하고 계신 분들이 (생태계서비스)이용자들에게 돈을 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게 당연한 권리이다. 생태계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에서는 자연생태계를 이용할 때 국립공원 입장료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별다른 비용을 내지 않고 있다. 이용자들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또 생태계서비스사업에 대한 일률적 지원이 아닌, 성과에 따른 차등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태욱 덕수리장은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사업을 체계적,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마을은 성과에 따라 차등이 필요하다”며 “마을에서 생태계 관리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금을 지원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정착 여부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더불어 재원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며 “국고보조금 확충과 기업 참여를 통해 제주형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사업을 적극 시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