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어교육도시가 유학을 가는 대신 제주 국제학교를 선택해 유학수지 적자를 줄이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제주국제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은 4874명으로, 이를 1년 평균 유학비용 7000만원을 적용해 환산하면 2011년부터 현재까지 1조2725억원의 외화를 절감한 효과를 보였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제주국제학교가 없었다면 유학을 갔을 것’이라고 응답한 학생 비율은 48% 수준에 이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학생 1인당 소비액, 고용인원 인건비, 간접 소비액 등을 측정해 1인당 4100만원으로 계산했고, 이를 재학생 수 4874명에 적용하면 소득 창출효과는 직·간접 유도효과를 고려할 경우 연간 1998억원으로 추산했다.
JDC가 지난 2009년부터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 조성한 영어교육도시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도시기능을 위해 필수적인 행정지원사무소, 119센터, 영어교육센터, 주택, 상가시설 등이 운영중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국제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인천광역시, 강원도, 전북, 경기도 평택, 충북 오송, 부산광역시, 충남 태안군 등은 외국교육기관 유치에 뛰어들었다.
이들 지역이 국제학교를 유치하려는 목적은 갈수록 줄어드는 지자체 인구와 경제성장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영어교육도시가 조성된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도 국제학교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고령화와 인구유출 문제가 심각했다. 실제 국제학교 개교 이전인 2008년 대정읍은 인구 감소지역 가운데 하나로 1만7056명이 거주했다. 그러나 국제학교가 개교한 이후부터 인구가 꾸준히 증가해 현재 영어교육도시에약 1만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대정읍 전체에는 2만3938명이 살고 있다.
외국인수는 같은 기간 170명에서 1851명으로 1681명(1089%), 세대수 또한 6697세대에서 1만800세대로 늘었다. 인구가 늘자 지역 경제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서귀포시 지역 지역내총생산은 2008년 8078억2400만원에서 2021년 5조5060억7200만원으로 682%(4조6982억4800만원) 크게 증가했다. 일반음식점도 2008년 268개에서 2022년 803개로 535개(300%), 전체 사업체 수는 2008년 1225개에서 2022년 3002개로 1777개(245%)가 늘었다. 결과적으로 영어교육도시가 들어서면서 인구, 외국인, 세대 수, GRDP, 음식점, 사업체 등 모두 증가했다.
영어교육도시는 정부 계획에 따라 2007년 9월 제주영어전용타운 조성 기본방안을 기본으로 추진됐다. 당시에는 민자유치를 통한 국제학교 설립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로 국제적 금융위기로 민간자본 유치가 어려워지자 JDC가 출자해 자회사인 제인스를 설립, 3개 학교(NLCS Jeju, BHA, SJA Jeju)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교육청이 민간에 위탁해 운영중인 1개교를 포함해 4개교가 운영 중이다.
이에 더해 2024년 3월 미국 조지아주에 본교를 두고 있는 풀턴 사이언스 아카데미 애서튼(Fulton Science Academy Atherton)이 제주 국제학교 설립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과학에 특화된 국제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학교는 국내 최초 순수민간자본으로 설립되는 K-12 국제학교로, 미국 K-12 사립학교 3142개교 중 39위, 최상위 사립학교로 평가받는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국제학교 1~2개를 유치할 계획이지만 제주는 영어교육도시에 총 7개 학교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JDC는 여러 국제학교가 한곳에 모여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아시아 대표 교육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모인 연합 동아리, 국제학교 연합 체육대회인 KISAC 등 여러 학교가 집약돼 특별한 활동이 가능한 영어교육도시만의 장점도 존재한다.
JDC는 “높은 수준의 치안, 국제학교 간 교류를 통해 만드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제주도만의 특색있는 정주환경 등 영어교육도시만의 장점을 살려 글로벌 교육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학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동남아 등 다른 국가를 뛰어넘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국제학교를 적극 유치하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최근 국제학교 성장세가 높은 국가들 대부분 이익잉여금의 전출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완비돼 있어 투자비 회수 및 수익실현이 가능한 구조다.
반면 국내에는 국제학교 설립을 위한 차별적인 인센티브가 부족하다. 특히 제주투자진흥지구 세제감면혜택에 따라 감면율이 지난 2021년 이전에는 취득세와 재산세가 면제됐으나, 2022년 1월부터 75% 감면으로 혜택폭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영어교육도시의 당초 조성 목적인 유학수지 적자 감소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토지공급, 투자 인센티브 발굴 및 강화, 투자비 회수가 용이한 정책 변화 등 우호적인 투자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영어교육도시가 동북아시아 최고의 교육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