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2일 발생해 7명 사망, 12명 부상 등 인명피해를 낳은 경기 부천 호텔 화재사고와 관련해 호텔 소유주와 운영자, 당시 근무한 매니저 등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찰은 투숙객 2명이 소방당국이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다 숨진 것에 대해 소방 측에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본부장 김종민 광역수사단장)는 8일 오후 부천원미경찰서에서 수사 결과 브리핑을 갖고 이 호텔 소유주 A(66)씨, 운영자인 B(42)씨와 A씨의 딸 C(45)씨, 매니저 D(36)씨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씨에게는 건축물관리법 위반, B·C·D씨에게는 소방시설법 위반도 적용됐다.
경찰 수사 결과 이 호텔에서는 부실한 전기시설 시공, 도어클로저 미설치, 방화문 임의 개방, 화재 경보기 작동 차단, 간이완강기 미비치 등의 위반사항이 두루 확인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해 처음 화재가 발생한 810호 객실의 발화 원인은 부실한 에어컨 전선 시공이라고 밝혔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소유주 A씨는 2018년 5월쯤 전체 객실 에어컨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공사 난이도나 영업 지장을 우려해 배선 전면 교체 대신에 노후 전선을 계속 사용하도록 결정했다. 에어컨 교체 공사는 2004년 준공 이후 약 14년만에 이뤄졌다.
또 당시 에어컨 설치업자는 기존 에어컨 실내기·실외기 전선의 길이가 짧아 작업이 어렵자 기존 전선에 새로운 전선을 연결하면서 슬리브 등 안전장치 없이 절연 테이프로만 허술하게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에어컨 기사가 여러 차례 전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으나 근본적인 배선 공사 없이 방치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63개의 객실 중 15개 객실은 맨눈으로도 에어컨 전선 결선 상태가 부실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화재 규모에 비해 많은 인명피해가 난 것은 각 객실에 설치된 방화문에는 도어클로저가 설치돼 있지 않고, 복도에서 연결되는 비상구의 방화문도 환기 등을 이유로 생수병 묶음 등으로 열어두는 바람에 다른 객실로 화염과 연기가 급속하게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 화재경보기가 작동했지만 매니저 D씨는 화재 발생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우선 작동을 정지시키는 바람에 약 2분24초 동안 투숙객들의 피난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D씨는 일단 경보기를 끈 뒤 8층으로 올라가 화재를 목격한 뒤 1층으로 내려와 경보기를 다시 작동했다. 또 31개 객실에는 완강기가 없었고, 9개 객실의 로프 길이는 층고에 미달하는 등 피난 기구 관리도 소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당시 807호 투숙객 2명이 출동한 소방관이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다 매트가 뒤집어지는 바람에 사망한 것과 관련해서는 소방관들의 책임이 없다고 봤다. 다만 수사를 통해 확인된 소방 구조장비의 운영 개선점 등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807호는 구조대원의 진입이 어렵고 간이 완강기조차 없는 상황에서 매트가 유일한 탈출구 역할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매트를 펼친 807호 객실 아래는 주차장 진입로여서 약 7도의 경사가 있고 건물에 밀착시키기 어려운 여건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