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구·경북 통합 관련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부터), 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관련한 행정안전부의 중재안이 나오면서 통합 논의가 다시 제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1일 대구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행정통합과 관련한 이성오 시의원의 시정 질의에 대해 “오늘 행안부 중재안이 나왔다. 중재안을 받아줄지, 안 받아줄지는 내용을 봐야 한다”며 “(중재안을) 세부적으로 검토해보고 다음주쯤 의회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또 핵심 쟁점을 묻는 질문에 “대구경북특별자치도로 할 것인지, 대구경북특별시로 할 것인지, 지원기관으로 할 것인지 집행기관으로 할 것인지가 해소돼야 한다. 통합청사 소재지, 경북도 기초단체장의 권한을 어떤 방식으로 보장해줄 지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지난 10일 경북도의회 임시회에서 김대일 의원의 행정통합 추진 상황 질문에 대해 “행안부 장관과 지방시대위원장에게 새로운 형태의 통합안을 만들어달라고 중재를 요청했고,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행정통합을 하면 도청 신도시는 행정복합도시로, 대구는 상업도시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그동안 이견을 보였던 사안에 대해서는 홍 시장과 이 지사의 입장에 큰 변화가 없어 통합 재논의가 본격화할지는 미지수다.

이 지사는 “시군의 권한은 강화해야 하고 홍 시장이 (시군 권한을 강화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꿔야 합의가 된다. 시군 권한을 강화하고 중앙의 권한과 재정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경북도의회 등이 주장하고 있는 행정통합 관련 주민 투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홍 시장은 “대의 기관(시의회)에서 동의하면 끝나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집행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 전 국민 투표를 붙이나. 그렇지 않다”고 했다.

2020년 시작된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는 코로나와 주민들의 무관심 등으로 무산됐다가 홍 시장과 이 지사가 지난 5월 17일 행정통합 재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6월 4일 행정안전부와 지방시대위원회 등이 참여해 4자 회담을 가지고, 범정부지원단까지 꾸리면서 급물살을 탔다. 2026년 7월 통합 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시도의회 의결을 거쳐 올해 안에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내용의 추진 방안을 발표했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청사 위치, 주민의견 수렴방식, 통합 이후 기초단체 권한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홍 시장은 지난 8월 장기과제로 돌리겠다며 사실상 무산 선언을 했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보다 더 큰 난관이 있을 수 있지만 서로 협의하고 조정하는 가운데 극복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대구경북 통합의 길을 열어가자”고 밝히며 행안부와 지방시대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