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뉴스1

80여명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등 71억 원을 가로챈 60대 남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1단독 전명환 판사는 15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대구 남구 대명동 일대 다가구주택 등 건물 12채를 본인과 가족 명의로 사들인 뒤 청년 등 임차인 104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88억 원가량을 받아 챙긴 뒤 제때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새로운 세입자와 임대차계약 당시 기존 세입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전체 임대차보증금 액수를 줄여 알리는 등 보증금 반환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처럼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A씨 범행에 속아 계약 기간 만료 이후 보증금 84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던 한 30대 여성 세입자는 지난 5월 신변을 비관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세입자는 후순위인데다 소액 임차인(2019년 계약 당시 6000만 원 이하)에도 해당되지 않아 최우선변제금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또 사망한 당일에도 임대인이 월세를 요구하며 인터넷 선을 자르는 등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 가운데 피고인 소유 담보 가치가 임대차보증금 합계액보다 높았을 당시 이뤄진 계약 행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피해자는 87명, 피해액은 71억원으로 줄었다.

재판에서 A씨는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외부적 요인 탓에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상황임에도 지속해서 임대차 계약을 진행해 피해자를 양산했고, 이런 탓에 피해자들이 경제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고, 1명은 극단적인 선택도 했다. 그럼에도 범행 발생 원인을 외부적 요인으로 돌리는 등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의문이 드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