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가 17일 오전 경북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비례대표)의 박정희 대통령 동상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17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북도 국정감사에선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현재 민간단체인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 추진위원회’는 경북도청 앞 천년숲에 8.5m 높이로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추진 중이다.

모경종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경북도청 앞에 들어설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까지 포함하면 경북에 있는 박 대통령 동상 수는 7개”라며 “많은 관광객이 찾는 경주 보문단지에는 4억원을 들여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상까지 세웠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상을 별도로 세운 게 아니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걷는 모습을 동상으로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보문관광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관광공원이고 역사성이 있다고 생각해 건립했다”고 답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17일 오전 경북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북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둘러싼 야당 측 공세는 보충 질의에서도 이어졌다.

정춘생 의원(조국혁신당)은 동상 건립 모금에 강제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대통령 동상 건립을 위해 현금으로 강제 할당하고 있다”면서 “지자체가 위원회를 구성해서 시·군별, 인구별 할당을 해서 자발적이지 않은 모금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세계 정상이 모이는 장소에 독재자의 동상이 있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부끄럽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구경찰청장을 지낸 이상식 의원(더불어민주당)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세우는 건 시간이 지나서 사람들의 상처가 다 치유된 후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오전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북도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박정희 동상 건립에 앞서 시민을 대상으로 별도 공지를 해야 했다”며 “해당 지역 시민들에게 공원을 이렇게 사용하겠다는 소통이 충분히 필요했는데도 보도자료에 그 내용을 담는데만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 도지사는 “우리나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다. 공(功)은 공대로, 과(過)는 과대로 평가돼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에 비해 미국의 워싱턴 대통령도 과가 많다”며 “그래도 워싱턴시도 있고, 이를 인정한다. 우리나라는 좀 더 큰길로 가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전국에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수는 8개이며, 이 가운데 경주·포항·구미·청도 등 경북 지역에 6개가 설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