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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잃어버린 학급 친구의 무선 이어폰을 찾다가 무고한 다른 친구를 도둑으로 몰았다는 이유로 학교폭력 심의 결과 징계를 받은 고교생이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다. 법원은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나 학교폭력으로 판단한 것은 지나치다”라고 판시했다.

인천지법 행정1-3부(재판장 장유진)는 고교생 A군이 인천의 한 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 조치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2월 A군이 받은 보복 금지와 특별교육 2시간 이수 등 징계 조치를 모두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법원 등에 따르면 A군은 지난해 11월 음악 수업 시간에 친구 B군이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들었다. A군은 휴식 시간에 B군 아이패드의 기기 찾기 앱을 이용해 급우인 C군 가방 인근에 에어팟이 있다는 표시를 확인했다. A군은 C군에게 양해를 구한 뒤 가방을 직접 열어 B군의 에어팟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급우들은 C군을 의심해 몸싸움을 했고 “도둑”이라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져 시비가 되자 학교장은 A군 등을 학교폭력 심의위에 회부했으며 인천시 모 교육지원청 심의위는 올해 2월 “A군이 C군을 가리켜 도둑이라고 말했고, 명예훼손에 따른 학교폭력”이라고 판단했다. 또 A군에게는 서면 사과와 함께 피해자 접촉 금지, 보복 금지, 특별교육 2시간 이수 등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대해 A군은 “도둑이라고 말한 적이 없고, 교육 당국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과정에서 C군은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당시 C군의 동선을 확인한 결과 다른 누군가가 B군의 가방에 에어팟을 넣어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군이 도둑이라는 말을 했는지 목격자들의 진술이 엇갈린다”며 “만약 그런 말을 했더라도 친구들이 몸싸움까지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A군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해도 학교폭력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그런 행동에는 적절한 지도를 해야 하지만 학교폭력으로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