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아들이 혼자 살다 사망한 70대 부친의 시신을 1년 넘게 김치냉장고에 보관했다며 자수한 사건과 관련, 경찰이 시신 부검을 의뢰한 결과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이천경찰서는 4일 A씨의 시신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에서 “사인과 관련해 타살 흔적 등 범죄혐의점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앞으로 약독물·알코올 검사, DNA 감정 등 추가 검사를 통해 명확한 사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는 “심장 동맥경화가 심해 심장마비나 급성심장사로 사망 가능성이 있어 보이며, 콩팥이 위축된 상태인 수신증을 보였다”며 “다만 사인으로 단정할 수 없어 정확한 내용은 정밀검사 이후 판단할 사항”이라는 의견을 냈다. 또 두개골 골절이나 장기 손상 등 사망에 이를만한 외력 손상은 확인되지 않고, 부패로 인해 신체 타박상 등은 식별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외아들인 B씨는 지난 1일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자수하면서 “작년 9월 혼자 사는 아버지의 집을 방문했다가 숨진 것을 확인했으나, 사망신고를 늦춰야 할 필요가 있어 시신을 비닐에 감싸 김치냉장고에 넣어 보관해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시체은닉 혐의로 B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올해 친척들에 의해 실종 신고가 된 상태였고, B씨는 이후 아내와 상의하고 자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배우자이자 B씨의 의붓어머니였던 C씨와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송은 한쪽 당사자인 A씨가 숨진 이후인 올해 4월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났다. 그런데 B씨는 소송 과정에서 C씨와 연락하며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숨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사망하면 C씨와 이혼이 성립되지 않고 여전히 법적으로 부부로 간주되기 때문에 아들 B씨가 자신에게 재산상 불이익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이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자수하면서 밝힌 동기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실제 A씨가 숨진 이후에 아버지를 대리해 관련 소송을 진행했는지 등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