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선일보DB

제주지역 한 동물병원장이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보조금 수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입건됐다.

5일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보조금관리에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된 A동물병원 원장 B씨가 입건됐다.

A동물병원은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지정한 길고양이 중성화 위탁사업(TNR)수행 병원이다. TNR은 포획(Trap), 중성화 수술(Neuter), 방사(Return)의 앞글자를 딴 말로,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각 지자체가 시행하는 사업이다.

TNR 지정 병원은 이송업체로부터 길고양이를 인계 받아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원래 살던 곳으로 방사하게 되며 그 대가로 마리당 15만~2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단 병원측은 중성화 수술 전 사진과 수술 후 사진을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등록하고 고양이 왼쪽 귀 끝을 1cm 잘라 방사하는 것으로 수술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제주시에서는 13개 병원이, 서귀포시에서는 7개 병원이 TNR 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길고양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자체가 이같은 보조금을 내걸고 중성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A동물병원의 보조금 횡령 의혹은 올해7월 처음 불거졌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A동물병원에 한달치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올라온 사진을 확인하던 중 상당수 길고양이 사진에서 똑같은 무늬가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점을 수상히 여겼다.

양 행정시는 한달 간의 조사 끝에 A동물병원이 과거 중성화 수술을 시행한 특정 길고양이 사진을 복사해서 시스템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마치 다른 길고양이도 수술한 것처럼 속여 보조금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지난 8월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 조사 결과 A병원은 이런 방식으로 5개월 사이 제주시 보조금 약 1000만원, 서귀포시 보조금약 1400만원 등 2400여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한 마리당 최대보조금20만원이 지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120마리의 수술 실적이 부풀려 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서귀포시가 고발한 사건은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A병원 원장은 각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병원은 이번 사건으로 TNR지정 병원에서 해제됐으며 행정당국은 경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보조금 환수에 나설 방침이다.